비결핵항산균 폐질환, 수돗물·먼지·토양 등 다양한 원인균에 노출
2024-07-03 차형석 기자
◇고령인구 늘면서 유병률 증가추세
비결핵항산균은 말 그대로 결핵균은 아니지만 결핵균처럼 항산성(산에 강한)을 띤 균이다. 비결핵항산균은 마이코박테리아라는 균이 인간이나 동물에서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잘 알려진 결핵균종과 나병균을 제외한 모든 마이코박테리아를 지칭하는 균이다. 비결핵 항산균 균종은 150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비결핵항산균 중 마이코박테리움 아비움 복합체균에 의한 폐질환이 가장 흔하게 발견이 되고 있다. 또한 이 균들은 하천과 수돗물, 토양 등 자연환경에 널리 분포해 누구나 매일 노출되고 있는 균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결핵환자는 10년전과 비교해 많이 줄어든 반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령인구가 늘고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이 결핵환자 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결핵과 가장 다른 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울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채강희 교수는 “결핵은 사람을 매개로 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질환이지만, 비결핵항산균은 주변 환경에 있는 균들이고 전염은 되지 않는다”며 “드물지만 폐의 선천적 질환에서는 일부 균이 사람 사이 전염이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비결핵항산균은 수돗물, 자연수, 실내 먼지, 토양 등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와 같은 주변 환경에 존재하던 균이 공기를 통해 호흡기에 감염된다. 샤워기, 분무기, 실내수영장 등은 잘 알려진 감염원이다.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되면 폐질환, 림프절염, 피부·연조직·골 감염은 물론 전신 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은 폐질환으로 약 90% 이상을 차지한다.
채강희 교수는 “비결핵항산균은 환자의 개인적 면역 차이에 따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균이 병을 일으키기도 하고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 균에 노출됐다고 해서 내가 병에 걸린다는 염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샤워헤드 정기 소독…균 노출 최소화
비결핵 항산균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과 가래다. 피가 섞인 가래, 흉통, 체중 감소, 피로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통 기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엑스레이나 CT 검사를 통해 확인한다. 또 객담(가래) 검사를 통해 결핵균인지 비결핵항산균인지 확인하게 되는데, 증상, 영상 검사, 미생물학적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채강희 교수는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건강검진 중에 엑스레이나 CT와 같은 영상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어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며 “기침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그 외 드물게 객혈, 흉통,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비결핵 항산균 감염이 확진되더라도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병이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 균의 감염자 중에는 고령자가 많은데, 1년 이상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 치료가 필요한 고령자의 경우는 득과 실을 고려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또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고려할 점이 적지 않다. 폐 병변의 정도, 기저질환, 증상의 심각성, 환자의 치료 의지, 장·단기 치료 예측, 폐 손상이나 변형, 폐 기능 저하, 영상 소견 등이다. 즉 일정 간격을 두고 증상을 확인하고, 영상 검사를 하고, 균 검사를 반복해 병의 진행과 환자 상태를 고려해 치료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보통 치료를 시작하면 3~4종류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치료 후 가래에서 균이 발견되지 않아도 1년 더 치료한다. 따라서 보통 치료 기간은 18개월에서 24개월에 달한다. 항생제 치료를 오래 지속하므로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치료 도중에 면밀하게 추적 관찰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채 교수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비결핵항산균 폐질환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예방을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샤워헤드를 정기적으로 소독하거나 1년마다 교체를 하는 것이 좋으며, 영양있는 식사 및 운동을 해서 체중을 늘리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