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터널에 갇힌 울산지역 백화점들
2024-07-04 김은정 기자
온라인 유통산업의 확대와 주변 대도시들의 쇼핑 인프라 확장에 따른 반작용으로 울산지역 백화점들이 좀처럼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 점심시간에만 반짝 손님들이 몰려오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은 지난 1977년 문을 열고, 한동안 매출 호황을 누렸지만 2000년 이후 매출 하락세를 이어가다 10년 이상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은 1985년 12월 압구정본점 개장 전까지 사실상 본점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자, 1995년 부산점이 문을 열기 전까지 비수도권의 유일한 지점이었다. 이에 현대백화점으로서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런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이 이날 지하 식품 코너를 제외하고 5개 층 모두 입점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울산동구점 내 한 식품코너 직원은 “내부에 식당이 많고 주위에 회사가 많다보니 점심 때만 바짝 사람이 몰리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3년 한해 울산동구점은 매출 919억원을 달성하며 전국 70개 백화점 중 69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70위였던 롯데백화점 마산점이 6월30일 결국 문을 닫게 되면서 사실상 전국 백화점 중 가장 매출이 낮은 백화점이 됐다.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은 2020년 조선업 불황과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처음 매출이 1000억원대 아래로 내려와 지금껏 이전 같은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의 다른 백화점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3년 롯데백화점 울산점은 연 매출 2693억6500만원을 기록하며 전국 44위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 울산점은 4281억6800만원을 기록해 전국 27위 매장이 됐다. 롯데백화점 울산점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2.3% 하락했고, 비교적 상황이 좋은 현대백화점 울산점 역시 2.6% 줄었다. 팬데믹 시기인 2020년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팬데믹 이전의 매출과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들의 매출 부진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울산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울산의 대형소매점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백화점은 전년 동월 대비 18.3%, 대형마트는 5.8% 줄었다. 특히 백화점의 소비관련 지표는 2024년 들어 단 한차례도 기준 지표인 100을 넘어선 적이 없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지역 백화점 매출 감소의 원인으로 부산·대구 등 인근 대도시로의 소비유출과 온라인 쇼핑시장의 확대 등을 꼽는다. 특히 지난 2014년 부산 기장군에 대형 쇼핑 단지가 조성되는 등 인근 지역의 유통가가 조명되면서 역설적으로 울산지역 백화점들의 매출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이다.
울산지역 한 백화점 관계자는 “울산 주변 대도시들의 쇼핑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나들이 삼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울산의 소비자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간 것 같다”면서 “팬데믹 기간 크게 성장한 온라인 쇼핑몰이 매출 감소에 결정타가 됐고, 백화점으로선 이젠 매출 감소 뿐 아니라 내부 공실률과 브랜드 이탈까지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