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25)나비야 청산가자-작자 미상

2024-07-05     차형석 기자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커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청구영언>



복잡한 일상 벗어날 길 멀어

여름 날 비취쌍가락지를 낀 모시옷 차림의 아름다운 여인을 마주하는 감동은 정작 다가설 수 조차 없는 가슴 설레임이 있을 것이다.

세모시 적삼으로 더욱 청순하게 돋보이는 여인을 대하는 순간, 건너지 못하는 강을 앞에 둔 운명의 탄식 같은 것.

키도 나지막한 암팡진 조선의 민회 속 그림 같은 여인, 칠월의 한낮모시옷 차림에 비취쌍가락지를 낀 여인과 마주 찻잔을 앞에 놓고 나누는 담소라면 그곳을 두고 어찌 달리 이상향 청산을 꿈꿀 것인가.

사람살이 다툼과 고통 없는 청산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인간은 그 이상향을 찾아 나서고 싶은 것이다. 사실은 오늘 아침, 여기 이곳이 바로 청산이고 이상향일 터이다. 그러나 분명 이 땅 어딘가는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한 곳, 그런 곳이 있을 것만 같아 꿈을 꾸는 것이다. 그런 꿈마저도 갖지 못한다면 숨 막히고 답답해서 어찌 이 무더위를 넘어서겠는가.

한산 세모시 홍화염색 한감으로 모시 적삼 하나 지어입고 달빛 등에 지고 댓돌아래 내려서서 사뿐히 치맛자락 거두어 잡고 뜰에 핀 꽃과 눈맞춤 하는 하루. 멀리 어디 누구를 그린다든지 또 내일의 무지개 빛 희망을 곰곰 생각하며 거울을 보며 하루를 갈무리하는 오늘이야 말로 청산이 아니겠는가.

난초와 나비그림의 쥘부채를 흔들어보며 지난 세월을 반추하기도 하는 그런 날, 오늘 여기가 청산이 분명할 터다.

작자 미상의 시조, 우리말 말맛에 딱 맞는 시조로 예전부터 창가로 널리 불리워졌던 청산이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배어 있다. 나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고 하니, 청산 가는 길이 그리 가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푸드득 날갯짓으로 땅을 박차고 오를 듯이 어디를 걸어도 숨을 고르며 한 송이 꽃인 듯이 나빈 듯이 그런 하루를 또 사는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