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선호 옛말…울산청년 일자리 기준 다변화
2024-07-05 김은정 기자
건설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하는 30대 중반의 찬영씨는 2년 전 사회복지사에서 진로를 바꿨다. 아침 일찍 출근해 종일 현장에서 일해야 해 근무 강도는 높지만, 사무직으로 일할 때와 비교해 힘든 만큼 높은 임금을 받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는 운동이나 공부 등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생겼다.
창업 등 새로운 진로를 위한 목돈 마련을 위해 비교적 임금이 높은 현장 생산직을 선택하기도 한다. 20대 후반의 혜원씨는 의약품 회사에서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하다 지난해 식품공장으로 일자리를 옮겨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창업 자금을 모아 몇년 뒤 작은 디저트 카페를 여는 게 목표라는 혜원씨는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학원을 다니며 빵 만드는 기술도 익히고 있다. 혜원씨는 “공장에서는 숙식을 해결하거나 통근버스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지출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며 “특히 사무직은 연봉제인데 반해 생산직은 시급제라 수입이 더 많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3년마다 실시하는 청년 통계 조사 결과에서도 이런 청년들의 바뀐 경제활동 기준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23년 발표한 울산시의 ‘청년 통계’ 조사를 살펴보면 2022년 최우선 구직 희망직종으로 사무직인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을 꼽은 응답자는 32.7%로 2019년(36.8%)에 비해 4%p 가량 줄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시 학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화학업체에서 일하다 퇴사한 가영씨는 올해 간호대학에 재입학했다. 가영씨는 “정말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됐다”며 “주변에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시 공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퇴사 후 창업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30대 종률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021년 작은 영상 제작 회사를 차렸다. 종률씨는 “예전에는 ‘주 40시간’ 일하면서도 항상 근로 시간이 길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창업을 하니, 들인 노력과 시간이 모두 성과가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정년’이 있는 직장생활 대신 평생 직업을 찾아 농업에 뛰어든 청년들도 있다. 울산 울주군 범서읍에서 소 40여마리를 기르는 청년 축산인 현우씨도 그중 하나다. 현우씨는 10년 넘게 울산의 한 기업에서 연구직으로 일하다 2년 전 일을 그만두고 축산인이 됐다. 축사를 짓는데 초기 비용이 많이 든 데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던 때와 비교하면 주머니 사정이 일정치 않아 불안하지만,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데 만족도가 높다.
지역의 한 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울산은 종합 대학도 하나뿐이고 주력산업 중심으로 일자리가 꾸려져 있는 등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여전히 제한된 분야에 취업하는 사례가 많다”면서도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로의 취업 상담 문의가 전보다 늘어나고 있고, 또 이직 상담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