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산서 활동한 빨치산 이야기 소설로
울산의 신불산을 비롯해 영남알프스 일대에서 활동했던 빨치산(공산주의 비정규군)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저자가 전국의 산을 다니면서 들은 얘기와 서적을 모아 광복 이후 6·25 전쟁을 전후로 한반도 이남에서 펼쳐진 이념의 대립 등 아픈 역사를 소설로 만든 것이다.
울산지역 출판사인 도서출판 푸른고래(대표 오창헌)는 백승휘(사진) 작가의 장편소설 <대금 소리>(184쪽, 1만4500원)를 최근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장편소설 <대금 소리>는 2018년 5월 초판 출간 이후 6년간의 탈고의 시간을 거쳐 올해 개정판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이 소설은 지리산, 신불산 등 역사의 현장에 찍힌 민초들의 발자국과 대금이 내는 깊이 있는 소리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 전후의 상황과 아직도 좌우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한국 사회를 날카롭게 관통하고 있다.
소설에서는 팔영산과 조계산, 지리산을 비롯해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고헌산, 영축산, 운문산 등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신불산 등은 과거 빨치산이 활동했던 주 무대 중이 한 곳이다.
이인규 소설가는 서평을 통해 “<대금 소리>는 단순히 흥미와 재미로 읽는 작품이 아니다. 치열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 그 시대를 삶았던 민중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해야 한다”며 “어디에서는 문학을 배운 적이 없고 누구에게도 사사로이 소설 창작 과정을 전수받은 적이 없는 백승휘 작가의 소설에 관한 열정과 매력이 이 한권의 책으로 모두 표현되는 게 당연하면서도 참으로 놀랍고 경이롭다”고 평했다.
백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30년을 노동판에 깊숙이 뿌리박고 살았다. 누구 말대로 특별히 영특한 구석도, 재주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글 쓰는 것이었다”며 “열두시간을 꼬박 공장에 박혀 숨 가쁜 노동을 하면서도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30분을 걸어가면서 머릿속을 정리하고 30분 후면 도착할 통근버스 안에서 글을 썼다. 1년이 걸려서야 이 소설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며 “음습한 그늘에 켜켜이 재어져 있던 역사를 <대금소리>를 통해 온기를 쬐어주고 싶었다. 나의 첫 장편소설은 그렇게 무모하게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196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백승휘 작가는 1987년부터 부산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살았다. 주야 노동에 치인 삶의 불안정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극에 달했다. 그러다가 산을 찾게 되었고, 산을 쫓아다녔다. 그때 건져 올린 게 소설 <대금 소리>다. 2018년 5월에 첫 출간을 했고, 올해 개정판을 선보이게 됐다. 2019년 제43회 방송대 문학상에 단편소설 <그녀와 미숙이>와 2020년 제44회 방송대 문학상에 단편소설 <명암 반죽>이 입선했다. 현재 (사)인본사회연구소 <인본세상> 편집위원, 경부울 문화연대 스토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