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70~100년전 울산 사람들 담아

2024-07-11     차형석 기자

이번에 소개할 유물은 울산 달리(達里, 현 달동)에서 촬영한 사진 2점이다.

사진에는 기증자 한동성씨의 조부님과 부모님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기증자에게도 소중한 자료이며, 장소와 인물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여,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첫 번째 사진은 일제강점기(1930년대로 추정) 울산 달리에 있는 우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두루마와 갓을 쓴 사람들과 양복에 중절모를 쓴 남성들이 우물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기증자에 의하면 우물을 모두 설치하고 관공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시찰하고 찍은 기념사진이라고 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뒷열 맨 오른쪽의 갓 쓴 인물이 기증자의 할아버지이다.

우물의 위치는 우물의 뒷편에 있는 기와 건물이 동사(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던 곳, 공동작업터, 현재 달동 경로당)로 추정되어, 동사 주변인 것을 알 수 있다.

1936년 울산 달리 농촌위생조사 자료에 당시 달동 우물을 큰 새미, 물샘이라는 명칭을 통해 알 수 있다. 위생조사 당시 달리에는 음용수용 우물이 10개 있었는데, 그 가운데 7개가 개인소유였다. 대부분의 농가는 3개의 공동우물을 활용하고 있었는데, 식수 사정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위생조사 후 학생들이 우물을 2개 만들어 마을에 제공했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두 번째 사진은 기증자 부모님(부친은 달동 출신, 모친은 학산동 출신)의 결혼사진이다. 함께 기증된 축사의 연도로 미루어 보아 1958년의 사진임을 알 수 있다. 당시 달동의 신랑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며, 혼례상 앞에 보이는 종이들은 함께 기증된 축문이다. 축문에는 끝부분에 ‘단기 4291년 12월1일’ 이라는 날짜와 우인(友人) B.G.H.라는 이름이 있다. 사진이 흔치 않았던 1950년대 울산지역 결혼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생활 자료이다.

지금의 우리는 일상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매순간 남기며 살아간다. 휴대폰으로 하루에도 수십장의 사진을 찍고, 시간이 지나도 저장된 메모리 속에서 그 사진을 쉽게 꺼내본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는 그림으로 그리고, 카메라가 귀한 시절에는 한 장의 귀한 사진으로 순간을 기억한다.

그 귀한 사진이 이렇게 잘 남아, 박물관에 전해졌기에, 우리는 이 장면을 소중한 역사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아진 울산박물관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