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49]]6부. 암각화(6) - 글 : 김태환
초겨울 저수지의 물빛은 진청색을 띠고 있었다. 겨울하늘이 고스란히 물속에 가라앉은 것 같았다. 저수지는 동서로 길게 형성되어 있었다.
동쪽에 있는 둑에서부터 북쪽을 끼고 도로가 개설되어 있었다. 저수지 끝까지 가니 길이 끊어져 있어 차를 세웠다. 도로가 끝난 지점에 조그만 안내판이 서 있었다. 상류로 4㎞를 올라가면 태화강 발원지인 탑골샘이었다. 태화강 백리 길의 종점인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어딘가에 광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 처음 오는 것은 아니지요?”
“그럼요. 광산 터를 찾으려고 무진장 돌아다녔습니다.”
김용삼과 나는 본격적으로 홍옥석의 흔적을 찾으러 나섰다. 개울에는 푸른빛을 띠는 커다란 바위가 무작위로 흩어져 있었다. 사이사이 작은 돌들이 모여 있는 곳도 있고 너럭바위로 이루어진 곳도 있었다. 상류에 사람이 살지 않으니 물은 전혀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 일급수였다. 목이 마르면 바로 엎드려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잠시 후에 개울가에 집채만 한 바위가 나타났다. 바위 아래에는 제법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급한 대로 서너 명이 들어가 비를 피할 만한 공간이었다. 좁은 공간 안으로 들어가 사방을 샅샅이 훑어보았다. 혹시라도 무슨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바위 안 공간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바위바깥 면에 무슨 흔적이라도 있을까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았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재질과는 아주 다른 종류의 암석이었다. 피부가 연녹색을 띠고 있는 걸로 보아 청동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빙 둘러가며 바위상태를 관찰해 보았는데 기대하는 것은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바위주변을 살펴보아도 마찬가지였다. 현재로서는 저수지 상류에서 홍옥석을 만날 확률은 희박한 것 같았다.
개울을 따라 태화강 발원지인 탑골샘까지 올라갔는데 홍옥석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김용삼은 탑골샘 앞에서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매번 속으면서도 오늘도 이곳에 왔네요. 지금은 저수지 아래에서부터 대곡댐 상류인 유촌 마을까지가 그나마 홍옥석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혹시 대곡댐 밑에서 천전리 각석까지 구간에서 홍옥석이 발견되는 않았나요?”
김용삼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그곳 구간을 찾아보지는 않은 눈치였다. 유촌 마을까지 홍옥석이 떠내려 왔으면 대곡댐 수몰구간을 지나 하류까지 흘러갔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김용삼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거길 한번 가봅시다.”
둘은 올라갔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 나와 차 있는 곳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