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임진왜란 울산의병 항전 담아

2024-07-25     차형석 기자
전쟁만큼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는 사건은 드물다. 1592년부터 7년간 지속된 왜란은 조선을 휩쓸며 사람들의 일상을 헤집어놓았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격랑 속에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뜻하고 행한 바를 글로써 남기기도 했다. 울산박물관이 소장한 ‘송호유집(松壕遺集)’ 역시 처절한 전란 중에 남은 그러한 기록의 하나다.

‘송호유집’은 송호 류정(松壕 柳汀, 1537~1597)과 그의 조카 류백춘(柳伯春, 1562~1600), 손자 류태영(柳泰英, 1567~1636)이 3대에 걸쳐 남긴 문집이다. 류정은 본래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유배된 부친 류광선(柳光先, 1512~1579)을 따라와 어린 시절부터 울산에서 성장했다.

류정은 경주 서면의 심원(深源)과 포항 죽장의 고라(古羅)에 별장과 농장을 경영했는데 여기서 생산된 무기와 군량미는 훗날 의병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전쟁의 조짐을 알고 미리 변란에 대비하였으며,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견천지(堅川至, 1564~1597)·장희춘(蔣希春, 1556~1618)등 울산과 경주 지역의 의병장과 함께 싸웠다.

그러나 류정은 1597년 9월 벌어진 전투에서 왜적의 탄환을 맞아 전사하고 말았다. 류정과 그의 가족들이 남긴 ‘송호유집’은 그의 증손 류천좌(柳天佐, 1610~1640)가 1637년(인조 15)에 등사해 상하 두 권으로 엮은 것이다.

‘송호유집’은 2017년 1월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그해 연말에 열린 참판공문회의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증하기로 해 2018년 1월26일 울산박물관으로 오게 되었다. 현재 문집은 보존처리를 거쳐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임진왜란 당시 영남 지역의 의병 활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뜻깊은 자료를 울산박물관에 기증해 주신 문화류씨 좌상공파 참판공문회 일원들께 감사드린다.

윤근영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