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 울산문화예술인]“지역 예술인들 ‘울산적’ 작품활동 했으면”
2024-07-29 차형석 기자
◇총 작품수 700여점…내년 50주년
지난 24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의 자택에서 만난 김숙례 서예가는 벌써부터 50주년 회고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50주년 회고전에 전시할 작품은 물론 함께 선보일 붓, 벼루, 먹 등 소장하고 있는 서예 관련 소품을 고르고 전시장 대관 등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김 서예가는 “1975년에 서예에 입문했으니 내년이 딱 50주년”이라며 “내년 가을쯤 ‘50년, 삶을 쓰다’라는 주제로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50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을 가질 예정이다. 김구 선생님의 어록을 쓴 신작과 기존 작품, 또 벼루와 서진(書鎭) 등도 함께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서예가는 대학 졸업 후 고향 울산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에서 강사 등을 하다가 고 박동훈 울산MBC 국장의 권유로 1975년에 울산서도회에 입회하면서 서예가의 길에 들어섰다. 학창시절부터 글씨를 잘 썼던 그에게 서예가는 운명과도 같은 길이었을지 모른다. 이후 부산 연산동에서 소정 서정환 선생으로부터 사사(師事)하고 규빈(葵彬)이라는 현재의 아호를 얻었고, 초기 ‘궁체 정자’ 쓰기에서 점차 자신만의 글씨체를 만들어가며 현재의 규빈체를 완성했다.
김 서예가의 자택은 서예가로 50년의 세월을 말해주듯 집안 곳곳에 그의 작품과 과거부터 써왔던 벼루, 서진 등이 전시돼 있었다. 방 하나는 작품 보관실로 작품과 액자, 책 등으로 빼곡히 들어찼다.
그는 “지금까지 개인전만 16회에 단체 그룹전은 500여회 가량 했다. 개인전에 보통 25점씩 작품을 내게 되니 400여점에 총 작품수가 700여점 가량 된다”고 말했다.
◇대장암 완치후 개인전 기억 남아
많은 작품 중에서도 규빈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아끼는 작품은 2008년 5월에 가졌던 제6회 개인전의 작품들이다. 그는 “당시 대장암 3기쯤이었는데 항암치료를 끝난 직후에 개인전을 가졌다”며 “그때 개인전의 작품들은 ‘절망과의 경주에서 승리한 흔적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서예가는 1990년 4월 주리원백화점 문화홀에서 가졌던 첫 개인전도 잊을 수 없다. 모든 전시회 도록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개인전이었던만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 중에는 궁체로 1208자(가로 274×세로 117㎝)를 쓴 작품을 꼽는다.
그는 “당시 앉아서 8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않고 물도 안 마신채 썼었다. 움직이게 되면 글자체가 흔들리거나 자간이 맞지 않을 수 있어서 꼬박 8시간을 그렇게 작업을 했다”며 “또한 글자수가 많다보니 전지를 4장을 붙여서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 서예가는 70대 중반인 요즘도 활발한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 남구문화원에서 주 3회 서예 수업을 하고 있고, 울산문화예술회관과 현대백화점에도 주 1회 출강하고 있다.
그는 “서예를 가르치면서 여러 제자들이 성장해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큰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저와 인연을 맺은 제자들이 한번씩이라도 개인전을 열 수 있었으면 하는게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울산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창작 공간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행정기관에서 거점공간 등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며 “또한 지역 예술인들은 울산의 특성을 담은 울산적인 작품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