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넘게 지속된 열대야…역대급 무더위 속 울산시민 피서백태

2024-08-02     신동섭 기자
“집 안이 더 더워서 운동으로 땀을 빼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35℃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지며, 울산에도 여드레째 잠 못 드는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오전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영화관과 마트 등에서, 저녁에는 강변과 해변 등에서 자기만의 비법으로 힘겹게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9시께 태화강 산책로. 늦은 시간임에도 평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뛰고 있다. 반려견과 산책 나온 견주뿐만 아니라 자전거 라이더들도 산책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태화강 그라스정원 한켠에 설치된 맨발 산책로 역시 많은 이용자로 북적거린다. 연이은 폭염에 황토로 조성된 산책로가 말라비틀어지고 쩍쩍 갈라져 있지만, 이용객들은 그것 또한 별미라며 이용하고 있다.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휴대전화와 손전등 플래시로 발아래를 비추며 지나간다.

남구 주민 박유덕씨는 “날이 너무 덥다 보니 맨발 산책로도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다. 겉으론 관리가 안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밟아보면 푹신하고, 울퉁불퉁해서 갈라진 곳은 지압이 잘된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맨발 산책로에서 운동하고 나서부터는 잠이 잘 온다. 여기서 땀을 쭉 빼고 집에 가면 곧바로 잠들기에, 원래 있던 불면증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태화강 인근 울산교에는 강바람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이미 모기장 등을 치거나 벤치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중구 주민 이모씨는 “이 다리가 인도교다 보니 차도 안 다니고, 낮 동안 달궈진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없는 데다 강바람이 불어와 나름 숨겨진 명소”라며 “며칠 동안은 카페나 영화관에서 피서를 하기도 했지만, 금방 영업이 끝나는 데다 아이들과 가기 어려워 이곳저곳 다니다 이곳을 선택했다. 요즘은 아는 사람만 찾는 도심 속 명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낮에는 대형마트, 백화점과 영화관, 카페 등이 약식 피서지로 인기다. 울산 지역의 대기업들이 일제히 휴가에 들어감에 따라 도심 공동화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삼산동 쇼핑몰에는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주차 대기줄이 수시로 만들어진다.

1일 울산시·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올해 5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울산에서는 총 3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달 20일 이후 발생한 온열질환자만 23명, 전날(31일)에만 5명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무더위로 인한 가축 폐사 피해도 접수됐다. 시에 의하면 올여름 돼지 7마리가 폐사하면서 16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한편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울산 중구 서동의 최저 기온은 26.7℃를 기록했다. 지난달 6일 첫 열대야가 나타난 이후 가끔 열대야가 나타났다가 지난달 24일부터 8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울산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당분간 최고 체감 온도가 35℃ 내외로 올라 매우 무덥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다고 예보했다. 또 3일 낮부터 저녁 사이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다고 예보했다.

2일 울산의 예상 기온 분포는 26~36℃이며 대체로 맑다. 3일은 27~35℃에 대체로 맑다 오후에 가끔 구름이 많으며, 낮부터 저녁 사이 5~20㎜가량의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4일은 26~33℃에 구름이 많다. 미세먼지 농도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2일은 ‘좋음’ 수준을, 3일은 ‘보통’ 수준을 보이며, 대기오염물질의 광화학 반응에 의한 오존 생성과 이동으로 오후 시간대에 오존 농도가 ‘나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영유아,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야외 활동 시간을 줄이고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곳이 있으니, 교통 안전에 유의 바란다”며 “본래 7월 말~8월 초가 가장 덥고, 8월 중순부터 기온이 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