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에 손님 ‘뚝’ 얼음값도 못벌어”

2024-08-05     김은정 기자

“종일 나와 장사해도 얼음값도 안 나옵니다. 여름철에는 장사를 쉬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며칠째 이어진 무더위에 방문객 수가 감소하고 물량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일 오전 울산지역 내 한 재래시장. 체감온도 38℃에 달하는 무더위 속에서 인파로 가득했던 시장 골목엔 더위에 벌겋게 익은 얼굴로 연신 부채질하는 상가 상인들만 남았다.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낮밤 할 것 없이 내내 갇혀있던 거리 내 열기를 덜어내긴 역부족이다.

거리뿐 아니라 매대 위도 한산하다. 그중 더위에 취약한 수산물이 가장 먼저 자취를 감췄다. 빈 매대에는 대신 ‘냉장고에 물건 있습니다’ 라고 적힌 표지가 놓여있다.

그러나 이처럼 냉장고와 점포를 가진 상인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노상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경우 물건이 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생선 위로 쉴새없이 얼음을 끼얹어야 했다. 그 때문에 얼음에 드는 비용만 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인 조옥자씨는 “원래 1만원의 얼음양이면 하루 장사가 가능했는데, 날이 더워져 얼음만 3만원 어치를 사도 모자란다”고 토로했다.

아케이드 복도를 따라 바람이 들지 않는 시장 중앙에 위치한 상인들은 그야말로 ‘찜통’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평소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오던 칼국수와 돼지국밥 거리에도 이날 점심시간이 넘어서까지 손님이 거의 없었다. 오가던 사람들이 가끔 발길을 멈췄지만, 포장이 대부분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권기옥씨는 “더워도 솥 근처를 떠날 수 없으니 정말 고문이 따로 없다”며 “우리도 이런데 손님들이 굳이 여기까지 들어와 밥을 먹겠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찜통 같은 시장 열기를 식혀주던 ‘연무기’(쿨링포그)가 노후화되면서 몇몇은 아예 운영이 중단돼 상인들의 빈축을 샀다.

이 같은 상황에 지역민들의 휴가철이 겹치면서 방문객 수가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하자 결국 일부 상인들은 ‘여름휴가 다녀오겠습니다’‘전화주문만 받습니다’ 등의 팻말을 내걸고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상인 서유동씨는 “가져오는 물건은 금방 상하는데, 찾는 사람이 여름 전에 비해 30%밖에 되지 않는다”며 “손님이라도 많으면 계속 장사를 하겠는데 운영을 할수록 몸만 상하고 힘든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4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7월 울산 지역의 전통시장의 체감 BSI는 전월 대비 16.1p 하락한 33.0p다. 전월 대비 17.7p 떨어진 강원 다음으로 가장 낙폭이 컸다.

8월 경기 전망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3p로 집계됐다.

BSI 지수가 100 이상인 경우 경기 실적 호전을 의미하고, 100 미만인 경우 경기 실적 악화를 의미하는데 체감경기와 전망지수가 모두 기준치에 한참 모자란 30p 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인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언재 신정상가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의 특성상 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올여름은 특히 열대야가 심해 더욱 문제”라며 “그래도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하게 돼 조금 숨통이 트이지만, 이와 같은 더위가 매년 반복된다면 앞으로 물량 수급조차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