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인구 감소시대의 도시계획
우리는 지금 경험해 보지 못한 인구 감소의 쓰나미를 목도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여러 가지 전망이 난무하고 있지만, 아직 그 충격을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통계에서 인구감소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문제가 되는 분야가 도시기본계획이다.
도시기본계획은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과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종합계획으로, 도시관리계획 수립의 지침이 된다. 관련법에 따라 특별시장, 광역시장 등은 도시기본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하고, 그 내용 중에는 공간구조 및 인구 배분에 관한 사항, 생활권 설정과 생활권역별 개발·정비 및 보전에 관한 사항, 토지의 이용 및 개발, 토지의 용도별 수요 및 공급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런 내용이 인구 감소시대의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울산시가 운용중인 ‘2035 울산 도시기본계획’은 지난 2021년 4월15일에 승인되었는데, 목표연도인 2035년의 울산시 인구를 133만 명으로 설정했다. 그 직전인 ‘2030 기본계획’과 ‘2016 기본계획’은 각각 150만 명, ‘2021 기본계획’과 ‘2025 기본계획’은 145만 명으로 설정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2016년 12월 말 현재 울산시 인구는 119만 5761명이었다. ‘2016 도시기본계획’ 상 목표연도 인구 150만 명보다 약 30만 명이 부족한 수치다. 내년으로 다가온 ‘2025 도시기본계획’ 상의 145만 명도 현재로서는 달성이 불가능하며, 역시 실제 수치와의 차이가 30만 명 정도 된다.
도시계획에서는 이처럼 인구 지표가 중요한데, 그 이유는 용도지역과 시설의 규모와 같은 도시계획 용량이 모두 인구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생활권은 대체로 행정구역에 따라 구분하지만 핵심지표인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소, 중, 대 생활권으로 분류한다. 생활권의 인구수에 따라서 주거와 상업 같은 용도지역의 양이 결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우상향 인구 성장은 경험했지만, 우하향으로 급격하게 감소하는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감소하는 인구 추이를 과학적으로 잘 예측하고, 거기에 맞추어 도시계획을 하면 된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미 150만 명, 혹은 133만 명에 맞추어서 수립된 도시계획에 있다. 실제 수치보다 훨씬 높은 도시기본계획 상의 목표연도 인구 추정치에 따라 결정된 도시계획을 수정은 할 수 있으나 상업지역을 주거지역으로 바꾸거나 공업지역을 자연녹지로 되돌리는 것처럼 ‘종상향’이 아닌 ‘종하향’ 변경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에는 위계가 있는데, 높은 위계의 용도지역을 낮은 용도로 바꾸게 되면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상업지역’을 갑자기 ‘주거지역’으로 후퇴시키면 이미 들어선 상업적 시설과 ‘주거지역’이 지향하는 목표에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뿐 아니라, ‘토지’의 가치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에 따라서는 이를 절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계본계획 상 목표연도인 20년 후의 인구가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상의 예측이 절대적인 지금, 이 인구에 맞추어서 계획지표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다. 울산시를 비롯한 비수도권 도시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싫든 좋든 우리는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 서울 수도권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비수도권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토부는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한 비수도권 도시가 겪고 있는 도시기본계획 변경 입안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그 정책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려면 법에 따라 국토부장관 등 중앙부처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토계획과 광역시도계획, 시군계획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라는 큰 물결은 이미 비수도권 지역을 모두 집어삼키고 있는데, 정부가 수도권 착시현상에만 빠져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역의 미래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도시계획을 위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지금이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