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52]6부. 암각화(9) - 글 : 김태환

2024-08-07     이형중

에리코가 내 손을 놓고 숨을 거두었을 때 드디어 마츠오에게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리코를 그렇게 놓치고 나니 내 곁에 아무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리코의 장례를 치른 후 한 달이 넘도록 음식이 목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대로 생을 마칠까 생각을 하다가도 죽고 나면 어디로 찾아가야 할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했다.

도대체 죽고 나면 어딜 간다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완전히 혼이 나간 사람처럼 주저앉아 있자 유리가 다가왔다. 바쁜 회사 일을 접어놓고 내 옆에 바짝 붙어 챙겨주었다.

“아빠가 이러시면 안 되지요. 아빠마저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요.”

빈 말인지 몰라도 눈물이 나게 고마웠다. 유리가 챙겨주는 음식을 먹고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집 안에서만 왔다 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껏해야 현관에 모셔 둔 아까다마석을 쓰다듬어 보는 게 일이었다.

차츰 기운을 차려 에리코와 자주 걷던 공원에도 나갔다. 차츰 다리에 힘도 붙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갈수록 가슴 한쪽에 구멍이 뚫린 것 마냥 허전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에리코가 마지막으로 마츠오를 찾은 탓인 것 같았다.

저 세상이 있다면 두 사람이 만나서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죽어도 반겨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현관에 놓아 둔 아까다마석을 내 방으로 옮겨 놓았다. 틈이 있을 때 마다 아까다마석을 쓰다듬었다.

‘이제 돌아가자.’

같은 말을 몇 번 되풀이하고 나니 버릇처럼 입에 붙었다.

‘돌아가자. 돌아가자.’

나는 아까다마석을 쓰다듬으며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그러기를 석 달을 하고나서 유리를 불러 내 결심을 말했다. 유리는 내가 하는 말을 모두 듣고 나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