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309년간의 울산 수령 등 기록
2024-08-08 차형석 기자
그 첫 만남은 2010년 5월 꽃 피는 봄날이었다. 기증자 이채동씨와 자문위원인 울산대학교 이종서 교수님과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신규 학예사인 나로서는 ‘울산부선생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었다. 이름도 형태도 없는 유물이 중요무형문화유산 故김표영씨가 보존처리를 진행하면서 형태가 만들어지는 놀라운 과정을 봤던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시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울산부선생안’을 소개해 보려 한다.
‘울산부선생안’은 표지를 제외한 총 266면으로 크기는 가로 37㎝, 세로 50㎝로 각 면마다 계선을 둘렀다. 1598년(선조 31년) 이임한 군수 김태허에서 시작하여 1906년 김덕한 군수까지 309년 동안 울산에 부임한 역대 수령과 재임시의 좌수·별감 및 호장·기관의 인명과 함께 재직기간의 당면 과제 및 해결책을 함께 기록하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수령과 향리만 선생안에 수록하고, 좌수·별감을 담당한 사족은 향안으로 불린 자료에 별도로 정리하는데 ‘울산부선생안’은 좌수·별감의 명단까지 기록되어 있어 사족 가문과 향리 가문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서두에는 ‘울산부치적’이라고 적고 행을 바꾸어 울산의 건치 연혁을 기록하였다.
발견 당시 물에 젖은 상태로 표지가 대부분 부식되어 제목을 알 수 없었으며, 곰팡이에 찌들고 삭아서 탄력이 전혀 없는 상태로 분리조차도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원 재질과 가까운 보수지로 파손 부위를 보강한 뒤 뒷면을 얇은 한지로 배접하였다.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 현재의 ‘울산부선생안’으로 먼 길을 돌아 돌아 울산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그 여정은 1969년부터 시작된다. 기증자 이채동씨는 그해 울산에 큰 홍수가 나서 성남동 약방에 물이 들어와 위로차 방문하였다가 물에 젖은 선생안이 쓰레기 더미에 있는 것을 보고 가져와서 소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앞표지가 훼손되어 제목이 없는 이 책을 열흘에 걸려 햇볕에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보관했다고 한다. 2007년 11월 ‘충숙공 이예’ 학술 심포지엄에서 정식으로 소개되었고, 2008년 시청에서 실물을 공개하였다. 2009년 2월 5일에 울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2010년 보존처리가 이루어졌고, 2010년 8월 ‘울산부선생안’이라는 이름으로 울산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기증자 이채동씨는 2012년 ‘박물관으로 온 선물’ 수록 인터뷰에서 “울산의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에 와서 보셨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의 바람처럼 ‘울산부선생안’은 전시되어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고 학술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황선혜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