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해파리) 이어 육지도 쏘임사고 잇따라 ‘말벌주의보’
2024-08-08 오상민 기자
무더운 폭염이 울산을 덮치면서 동해안에 해파리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육지에서는 말벌이 주택 단지 곳곳에 뿌리를 내려 주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각 소방서에는 이와 관련한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7일 오전 찾은 울산동부소방서 119 상황실. 한 시민으로부터 “집 옥상에 벌집이 있는데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신고가 상황실에 접수됐다. 동부소방서에만 하루 평균 적게는 3건, 많게는 10건 이상 벌집 제거 출동을 나가고 있다. 이번 목적지는 동구 대송동의 한 주택가. 소방차가 좁은 도로를 지나 도착했다.
소방관은 주택 옥상 한켠에 자리잡은 손바닥만한 크기 벌집을 확인, 벌에 쏘이지 않도록 보호복과 보호 장갑 등을 착용했다. 이후 소방대원이 벌집에 ‘벌 사충용 살충제’를 뿌리자 벌집 안에 있던 말벌이 하나 둘 죽기 시작했다. 이 틈새로 탈출한 벌 10여마리도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원이 살충제를 뿌려 마무리 했다.
벌들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대원은 벌집을 떼어내고 비닐 봉투에 담아 밀봉 후 폐기했다. 마지막으로 벌집이 있던 자리 스크레이퍼를 이용 잔해물도 긁어내면서 벌집 제거작업은 끝이 났다.
무더운 폭염이 지속되는 올해 유난히 벌집 제거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7월에만 울산지역에서 출동한 벌집 제거 신고 건수는 2448건으로 지난해 7월(1488건)보다 1000건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1385건)과 비교하면 무려 76%나 급증한 수치다. 이번 달 역시 지난 6일 기준 542건의 벌집 제거 신고가 접수됐다.
벌집 신고가 증가함에 따라 벌쏘임 사고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 5월 동구 서부동에서 70대 남성이 벌에 쏘여 간지러움과 어지럼증, 의식을 잃기도 하는 등 출동한 소방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처럼 벌쏘임 사고가 증가하는 이유는 5~7월 벌집을 짓기 시작하고 번식기인 8월에는 활동이 왕성해져 주택가까지 내려오고, 또 시민들이 휴가철 및 야외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벌과 사람의 행동반경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벌집과 접촉했을 때는 머리 부위를 감싸고 신속하게 20m 이상 떨어져야 한다.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제거하고 쏘인 부위를 소독하거나 깨끗한 물로 씻은 후 얼음주머니 등으로 찜질해 통증을 완화시키면 된다.
다만 벌독 알레르기 등 과민성 쇼크가 발생할 경우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림, 구토와 설사, 호흡곤란을 동반할 수 있어 지체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원근 동부소방서장은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산림 지역 뿐만 아니라 도심 주택가에서도 벌집이 크게 늘고 있다”며 “벌집을 발견했을 때는 섣불리 제거하지 말고 119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