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한여름의 불청객 치아균열증후군

2024-08-08     경상일보

입추(立秋)가 무색하게 이번 주도 연이은 폭염으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섭씨 30℃를 훌쩍 넘는 한 낮의 기온에다 밤에도 25℃를 훌쩍 넘는 열대야가 며칠째 계속 이어지다 보니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행하게 된다. 무더위를 피해 좀 더 시원한 곳을 찾아 피서를 떠나거나 한 낮의 열기를 잠시 식히기 위해 찬 음료를 마시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한여름을 이겨 나가기도 한다. 도심 속의 까페도 이러한 피서지로 각광받고 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카페에서 차가운 음료로 더위를 식히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겨울에도 아이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처럼 무더운 여름 날씨에 얼음이 잔뜩 든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 커피의 음용도 훨씬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 커피를 마시면서 음료 속의 얼음을 무심코 씹어 먹다 치아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전 차갑거나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 치아가 찌릿하거나 시린 증상을 호소하며 찾아온 젊은 환자가 있었다. 보통 이러한 경우는 치아에 충치가 있거나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치은염이나 치주염을 일차적으로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에는 전혀 그런 점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구강내에 충치가 의심되는 치아도 없었고 잇몸 상태도 대체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치아를 하나 하나 힘을 줘서 무는 시험을 해보니 어금니에서 불편감을 호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면밀히 검진 해 보니 어금니 표면에서 미세한 균열선이 발견 되었다.

충치가 아닌데도 이가 시리고 찌릿한 증상이 있다면, 치아균열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치아균열증후군은 치아 한쪽으로 무리한 힘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서 치아 사이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증상이다. 치아에 균열이 가 있는 경우 특히 음식을 먹을 때나, 찬 것을 먹을 때 시큰하거나 찌릿한 통증이 나타난다. 심지어는 단 것을 먹을 때도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금이 간 치아에 교합력이 작용하면서 균열된 치아가 벌어지면서 치아 안의 신경을 자극해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처음에는 일시적으로 발생하다 점차 강도가 세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치아 균열 증후군은 구강내에 여러 수복물이 존재하거나 생리적으로 마모가 일어나거나 이악물기나 이갈이 습관이 있는 경우, 혹은 사고 등의 물리적 충격이 있는 경우에 나타나며 대체로 50대 전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처럼 치아균열증후군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이 없는 20-30대의 젊은 층에서는 치아균열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낮지만 여름철 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종종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아마도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마시는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 커피 속의 얼음 덩이들을 씹어 먹다 과도한 힘이 치아에 균열을 일으키게 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균열을 무심코 방치하다 보면 치아 표면에만 생겼던 균열이 점차 심화되어 치아의 일부가 깨지고 부서지는 치아 파절이 발생 할 수 있다.

치아균열증후군은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하지 않으면 진행된 틈 사이로 세균이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에는 뿌리 쪽 뼈 조직에도 염증이 생겨 차가운 음식, 뜨거운 음식에 민감해지며 상태가 극심한 단계에 이르면 치아끼리 닿기만 해도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다행히 치아 머리 부분에만 국한된 경우 조기 발견해 치료를 시행하면 치아를 살릴 수 있지만 이 균열이 치아의 뿌리까지 진행된 경우에는 치아를 보존하지 못하고 발치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치아의 미세한 균열은 눈에 띄는 초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견하기 어렵고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치아 균열을 예방하기 위해선 음료 속 얼음이나 빙과류를 먹을 때 세게 씹어 먹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기를 권하며 한쪽 치아로만 먹거나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철 더위를 이기기 위해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중에도 한번쯤은 치아 건강을 위한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