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 의장 선출결의 효력 정지…이성룡 직무정지
법원이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를 결정하며, 시의회가 부의장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울산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한정훈)는 지난 9일 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시의장 선출과 관련해 ‘이중 기표 투표지’ 논란으로 안수일 시의원이 제기한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소송을 받아들여 이날부터 본안 소송 판결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의장 직무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제8대 울산시의회가 의회 운영위원장과 상임위 위원을 선출하기 위해 후반기 들어 처음으로 본회의를 개최한 날이다. 이성룡 시의장이 제249회 울산시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개회를 선언했지만, 법원 결정으로 지위를 상실하며 김종섭 제1부의장이 의사봉을 이어받아 산회를 선포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이날 재판부는 기표란에 일치하지 않는 두 개의 인영이 날인된 것으로 판단했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 제6조(무효·기권) 5호도 지난 1997년 7월15일 시행된 이래 현재까지 개정되지 아니하고 유효하고 성립돼 있기에 법률에 위반된다거나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등의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지방의회 의장의 임기는 2년(지방자치법 제57조 제3항)으로 정해져 있는바 이 사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지 아니할 경우 신청인인 안 의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소송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결의의 효력을 정지해도 공공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도 안 의원 측의 손을 들어준 이유로 분석된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법 제59조에는 지방의회의 의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의장이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사건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공공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처분 인용 결정 효력이 발휘된 이날 오후부터 이 의원은 의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고, 김종섭 제1부의장의 직무대리로 시의회를 이끌게 됐다. 이날 김 부의장은 13일 다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운영위원회·예결특위·윤리특위 위원 선임안 등 이날 처리하지 못한 4개 안건을 처리하기로 하고 산회했다.
의회사무처에 따르면 이날부터 김 부의장은 의회 대표, 의사 정리, 의회사무 감독 등 의장의 직무를 대리한다. 김 부의장은 원칙상 의장직 수행을 위해 제공되는 시설·물품·인력 등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의전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이 의장이 시의회 4층 의장실에서 나와 별도의 공간에서 ‘의원’으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시의회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의장 공백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시의회 파행으로 인한 시민 피해 책임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소송이 인용된 것에 대해 안 의원은 “이번 결정은 본안 소송에 앞선 것으로 이번 결과는 특별한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다. 결정문 등을 변호사 등과 검토하고 향후 입장을 정리해서 밝힐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의장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지난 6월25일 투표 전 배포한 유인물이 아닌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등 선거 규정’만 보고 판단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한다. 본안 소송에 들어가면 반드시 결과는 달라질 것이지만, 최종 판결까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시민 피해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상욱 울산시당위원장은 “(의장 선거를 둘러싼) 소송에 승자는 없고, 시의회 갈등으로 시민 여론이 좋지 않기에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소송이 기각되던, 인용되던 시의회 정상화를 위한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지방자치와 자치입법권이 있는 울산시의회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역할 보장을 위해 오는 23~24일까지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울산시의회는 ‘의장 선출 결의 효력 정지’ 결정 전 본회의에서 후반기 의회 운영위원장으로 공진혁 의원을 선출했다.
1차 투표는 11대 11로 동표를 기록했다. 2차는 방 의원 11표, 공 의원 10표, 기권 1표가 나왔는데,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당선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3차 결선투표에서는 다시 11대 11을 기록, 당선자는 다선·연장자 순으로 결정하는 울산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라 결정하게 됐다. 공 의원과 방 의원은 모두 초선이고, 출생 연도도 1975년으로 똑같다. 하지만, 7월생인 공 의원이 10월생인 방 의원보다 생일이 빨라 위원장으로 결정됐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