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이슈렉카’를 통해 본 유튜브 방송의 폐해

2024-08-13     경상일보

사건1. 1997년 미국 관광을 갔던 A씨는 한국인 가이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유명한 방송 진행자였던 그가 타국 땅에 와서 관광버스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 그의 말인즉슨, 한국에 있으니 미칠 것 같고, 이렇게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어 이 길을 택했다고 했다. 그의 몰락의 시작은 1996년 KBS의 ‘추적60분’으로 나간 방송이었다. 소아 심장병 수술비용을 대주는 선행을 하던 그는 심장병 재단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국민의 성금을 받았는데 그 돈을 착복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부천사에서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 나락에 떨어졌다. 그는 이상룡씨이다. 우정의 무대 진행 당시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연행되어 구속된 그의 죄명은 횡령이었다. 3개월이 지나 검찰은 기소도 하지 않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국민 MC로 군인의 우상이며 기부천사인 그를 천하의 몹쓸 놈으로 음해하게 된 그 방송국뿐 아니라 다른 언론도 무죄가 입증된 그를 위해 어떤 멘트도, 단 한줄의 기사도 없었다. 그 뒤 조국에 돌아와 그는 오뚜기처럼 일어나 다시 열혈청년처럼 전국을 다니며 일을 하며 여전히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2. 2000년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주병진씨가 여대생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소개받은 여성을 자신의 차에서 폭행강간하였다는 죄목이었다. 주병진은 합의 하에 한 것이라 강변했지만, 2억원으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과 여론은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아세웠다. 일부 언론과 방송은 미확인된 사실로 여론사살을 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 여성이 술집 종업원인데 여대생을 사칭했고 그녀에 유리한 증언을 한 친구들이 돈을 받고 거짓 증언을 했으며 얼굴의 상처도 같이 모의한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최종심에서 무죄로 확정되자 그는 먼저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고소했고 배상금을 받아 자존심을 다소 회복했다.

사건3. 최근 천만유튜버인 먹방의 쯔위씨가 자신의 과거사에 대해 협박을 한 이슈렉카들에게 돈을 뜯기다가 변호사를 선임해 이들을 고소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는 소속사 대표로부터 착취를 당해왔다는 등의 소문이 돌자 직접 해명을 하며 마음고생을 해왔었다.

1인 1미디어 시대인 지금 파워유튜버의 파급력과 수입이 엄청나기에 이슈가 생기면 이 영상들이 우후준숙 생겨나고 이슈를 만들기도 한다. 마치 교통사고 현장에 빠르게 도착해 차량을 견인하는 렉카(wrecker)처럼, 이들은 사회적 논란이 생길 때마다 온라인에서 해당 이슈를 활용해 주목을 받으며 조회수를 챙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조회 수를 위한 자극적인 묘사와 표현이 함께하고, 심지어는 허위 사실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앞의 두 사건들은 언론과 방송이 부족한 시절이었고, 개인들은 거대 권력에 물어 뜯기고 많은 것을 잃어도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최근의 쯔양 사건은 이제는 방송권력일 수 있는 유튜브가 개인을 한순간에 추락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동료 유튜버의 음해방송으로 자살한 유튜버의 사례가 떠오른다. 갈수록 늘어나는 미확인방송, 혐오방송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란 보도를 보면서 근절할 수 있는 정책을 촉구한다. 더불어 이 세 사건의 이면에 흐르는 정서 중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이미 우리 국민의 단점이라고 알려진 냄비근성과 시기심이다. 너무 쉽게 들끓고 어이 없이 식는 감정심리와 그 어떤 감정들 보다 강력한 질투 말이다. 무의식과 의식의 사이에 자리한 이 감정은 차분하고 냉정한 판단보다는 무조건 단정해버리고 분노케 하여 이차 가해를 하게 만든다. 시청자와 구독자의 무비판적인 수용은 언론방송을 거대 권력으로 만든다. 이차 가해는 우리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투사와 질투가 튀어나오는 모습일 수 있다. 이제 가능한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면밀히 살펴보며 섣부른 감정과 판단을 유보해 이같은 ‘이슈렉카’와 혐오방송이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