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질문’의 시대

2024-08-21     경상일보

나는 집을 나설 때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챙긴다. 휴대전화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일상이 휴대전화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루의 시작이 인터넷 접속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접속은 일상의 상숫값이 되었다.

방학 때 연수를 들었다. 에듀테크 연수였다. 다양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연수였다. 교육활동에 필요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연수의 시작과 끝이 프롬프트 작성이었다.

프롬프트(prompt)는 연극에서 사용된 개념이다. 대사나 동작을 지시하고 상기시켜 주는 일이나 말을 의미한다. 현재는 AI에서 사용하는 개념으로 통용된다. 프롬프트란 LLM과 같은 언어 모델이나 모델 기반 AI 서비스에서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입력값’을 말한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에 입력하는 질문이나 지시를 의미한다.

LLM(Large Language Models)은 자연어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계된 언어 모델이다.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로 훈련되어 다양한 질문과 프롬프트에 대해 일관된 응답을 생성하는 대형 언어 모델을 지칭한다고 한다. LLM 중 가장 두드러진 예가 OpenAI의 GPT-3.5라고 한다. GPT-3.5는 책, 기사, 인터넷 페이지와 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 다양한 텍스트 소스를 기반으로 훈련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언어로 질문하면 인간의 언어로 표현한다. 기술 발전이 어마어마하다.

생성형 AI로 인해 인간의 고유 영역이 침범당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 본연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생성형 AI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할 뿐이기 때문이다. 질문은 프롬프트 형식으로 표현된다. 프롬프트를 잘 작성해야 좋은 결괏값을 받을 수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다는 것은 주어진 명령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프롬프트 형식으로 ‘명령’하는 것이다.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도출할 수 있게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하는 힘이 중요한 이유이다. 학교가 궁극적으로 질문하는 힘을 교육해야 하는 이유이다. 질문에 답하는 기계가 아니라 ‘질문하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끊임없이 재편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기계는 인간들이 하던 역할을 대신 해왔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인간 노동력이 기계로 대체되었다. ‘대체된다’라는 표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이전까지 인간이 했던 영역이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인간의 역할이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질문’의 시대. 질문하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학교는 명령에 답하는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정교하게 명령어를 작성해 세밀하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학교는 전환된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현국 학성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