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3D직종 구인난, 위기가 현실로
저출산·고령화와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현장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전에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필자에게 “이제까지는 어떻게든 운영해 왔지만, 앞으로 현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게 되면 결국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며 푸념 어린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는 지역 중소 업체에서의 최근 현장인력 수급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다.
김두겸 시장은 지난 7월25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회의에서 외국인과 관련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추진할 전담 조직의 신설, 비자발급 규제 완화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한 지자체 권한 부여와 E-7 비자 임금 지급 관련 비율을 조정해 줄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이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역산업의 특성상 만성적인 인력난을 호소하는 지역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과 함께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외국인 고용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의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당장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고, “코리안 드림을 품고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과 유학생이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지역사회에 정착해 건강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외국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해 건강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정부도 근로자 고용허가제도의 개선과 제조 중소기업의 외국인 유학생 활용 확대 방안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현 외국인 인력 정책을 킬러규제로 지목하고 국가 정책 방향의 전환과 범부처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빗장을 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점 선진화되면서 내국인들이 3D(dirty, difficult, dangerous) 분야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미 특정 산업군의 상당수는 일찌감치 외국인들의 몫이 되었고 사실상 내국인과 취업경쟁도 거의 없다. 기업은 적절한 지원자만 있다면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법적·제도적으로도 불편함이 덜한 내국인을 더 채용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다.
제조업에 대한 청년 기피 현상과 구인난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라마다 그 형편은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비수도권의 구인난이 더 심각한 특징이 있기에 비수도권 지역의 기업들은 외국인 고용에 대한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법무부 출입국통계에 따르면 2024년 6월말 기준으로 울산에 체류 중인 2만6000여 명의 외국인 가운데 현장의 수요가 많은 E-7, E-9, H-2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은 1만2000여 명으로 외국인 전체의 약 47% 수준이다. 이들은 대개 법·제도에 맞게 취업을 하고 있으나, 비자가 만료되었거나 발급받은 비자로는 취업할 수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도 있다. 이처럼 허용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일 텐데, 이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유형의 비자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이런 현실 속에서 정식으로 비자를 받은 외국인 중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가 적지 않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외국인 노동시장에서도 구인·구직 간 미스매치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취업처를 찾지 못하는 외국인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현장을 서로 연결해 주는 노력만으로도 구인·구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도농복합형 울산광역시의 특성상 농어촌의 고령화와 인력난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건강한 지역 경제활동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행정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