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꺾인 문수축구장 잔디 ‘관리 애로’
2024-08-22 박재권 기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사람, 가축뿐만 아니라 문수축구경기장의 잔디도 지쳐 쓰러졌다. 관리 주체인 울산시설공단은 폭염 속 문수구장의 잔디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문수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 울산 HD와 수원 FC와의 경기 당시 불량한 잔디 때문에 선수들이 드리블이나 패스를 할 경우 공이 튀어버리는 현상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기 도중 선수들은 임시 방편으로 파여진 잔디를 손으로 덮거나, 발로 밟은 뒤 다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후반기에 돌입한 뒤 본격적으로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자칫 선수 부상의 우려도 있어 보였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한지형 잔디에서 비롯된다. 문수구장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축구 경기장에서는 한지형 잔디를 사용한다.
겨울용 잔디(사계절 잔디) 또는 북방계 잔디라고 불리는 한지형 잔디의 생육 적온은 13~20℃다.
일반적으로 일 평균 기온이 6℃ 이상이 되는 3월 초순부터 생육이 시작된다. 그러다 일 평균 기온이 25℃ 이상 올라가는 7~8월에는 하고 현상 등으로 생육이 정지된다. 이후 9~10월에 온도가 하락하면 다시 생육하는 특성을 보인다.
문제는 올해 폭염이 유독 심하고, 기간도 길어지다 보니 잔디가 타버리는 현상 등이 잦다는 점이다.
울산시설공단도 관리·보수에 애를 쓰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길어진 여름을 감안해 난지형 잔디로 바꾸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잔디의 질감 차이가 있어, 한지형 잔디에 적응한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가 우려돼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 잔디 교체 문제는 울산시설공단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도 없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폭염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잔디 상태가 예년보다 훨씬 좋지 못하다”며 “더위가 물러가면 생육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공단에서도 잔디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