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뉴노멀 시대의 소상공인 성장 전략, 디지털 전환(DX)

2024-08-26     경상일보

요즘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는 앞에는 호랑이, 뒤에는 늑대를 만난 ‘전호후랑(前虎後狼)’ 형국이다. 3高(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장기화로 힘겨운 와중에 중국 이커머스의 저가공세와 최근 티메프 사태는 소상공인의 시름을 한층 깊게 만들고 있다. 거기다가 최저시급 1만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으니 암울 그 자체이지 싶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위기는 통계로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노란우산공제’ 폐업사유 공제금 지급액이 758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소상공인 대출 보증을 주로 담당하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이 대신 빚을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이 202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1%대에서 5%를 넘은 지 오래다. 또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정책자금 부실률은 일반 자금에 비해 4배나 높은 상황이다.

이런 위기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는 지난 7월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먼저 급선무인 소상공인의 채무부담 경감을 위해 ‘금융지원 3종 세트’(정책자금 상환연장 대상 및 기간 확대, 5조원 규모 지역신보 전환보증 신설 등)를 지원한다. 또한 소상공인의 배달료, 임대료, 전기료 등 고정비 부담 완화를 지원하고, 배달 플랫폼과의 상생협력 방안도 마련한다. 심각한 경영 애로에 처한 소상공인에게는 과감한 채무조정과 재기를 지원하는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까지 전방위로 지원한다.

특히, 이번 대책에는 당장 시급한 단기처방 외에도 급변하는 뉴노멀 시대에 대응한 디지털 전환 및 스마트 지원 정책들도 다수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일상은 물론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스마트·디지털화, 온라인쇼핑, 배달 확대 등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반면, 현재의 위기극복에 급급한 소상공인은 여전히 이런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보고서(2023.12)에 따르면, 전체 소상공인의 15.4%만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개인서비스업의 활용도는 5.8%에 그치고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이 이런 패러다임 전환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스마트 지원 정책을 중점 추진해 왔으며, 이번 7월3일 종합대책을 통해 지원을 더욱 강화했다.

우선, 소규모 사업장인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 자동화 스마트 기술보급을 지원한다. 또한 민간기업의 경영정보 DB를 활용해 개별 소상공인 맞춤형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며, 디지털 전통시장 구축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보급 및 온라인 판매채널 진출 등도 지원한다.

분야별 탑티어(Top tier) 민간 플랫폼의 역량을 활용하여 유망 브랜드 소상공인을 발굴, 밀착 지원해 스타 소상공인으로 성장·도약을 지원하는 TOPS 프로그램(Top platform’s Onlinesales Package for Small business)도 운영할 계획이다.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전환 대응 현황을 울산지역 소상공인으로 좁혀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울산경제는 지역 주력산업의 부침에 따라 심하게 영향을 받는 구조인데, 소상공인의 영위 업종 또한 지역 대표산업의 경기상황과 연관성이 큰 도소매나 외식업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자동차, 조선 등의 산업이 호황기를 맞고 있어서 타 지역에 비해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시급히 서둘러야 할 유인이 낮고, 미래 성장 가능성 높은 고부가가치 업종으로의 전환에 대한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최근의 소상공인실태조사(2024) 결과에 따르면, 울산지역 소상공인의 디지털/시스템화 관련 활동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이 울산의 소상공인들이 지속가능한 성장모멘텀을 확충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의 불가피성과 이점을 인식하고 적극 수용하려는 의지는 소상공인의 몫이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그의 묘비명에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며 망설이다가 놓친 기회를 후회하기도 했었다. 성장과 도약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하루 빨리 디지털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이종택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