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지역 건설업 활성화 엇박자
울산시가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 범위를 확대하고, 지역 생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울산시 산하기관이나 구·군 등의 협조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지역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은 만큼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25일 울산시 감사관이 최근 공개한 ‘건설공사 설계변경 및 특정물품 사용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시 본청 및 산하기관 등이 공모 및 관급 자재 구입시 지역 내 업체가 있음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타지역 업체와 계약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울산종합건설본부는 12개 사업의 건축설계공모를 추진하면서 전기, 통신, 소방 등 특정 분야에 대해 지역 제한 입찰 금액(추정가격 3억3000만원)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업체 제한을 하지 않아 타지역 업체가 실시설계 용역을 맡았다.
또 울산도시공사는 11개 관급 자재를 2단계 경쟁 방식으로 구매하면서 지역 업체 여부를 우선 검토하지 않았으며, 평가 과정에서 최대 7.5점까지 지역 업체 배점을 줄 수 있지만, 지역 배점 없이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지역 특수성을 감안해 지역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제한 입찰 제도를 법령에서 허용하고 최대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 지역 건설사업 활성화 지원 조례’에 따르면 시 관할 구역에서 생산되는 건설·건축 자재 및 장비를 관급 자재로 공급하거나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
또 ‘울산시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조례’에서는 울산 내 중소기업의 수주 기회가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하며, 지역 내 중소기업자와 우선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도시공사, 북구청, 울주군청 등이 지역 내 생산·판매하는 업체가 있음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타지역의 생산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군은 총 4건이 적발됐고, 총 예산은 1억8000만원에 달했다.
한편, 이번 감사에서는 울산종합건설본부가 진행 중인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주변 기반시설 정비’ 사업이 설계 변경과 공기 지연 등으로 예산이 낭비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사업은 KTX역세권 1단계 부지인 우성스마트시티뷰 아파트 일원에서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서울산보람병원 앞 국도 35호선을 잇는 지하 통로박스 및 연결 도로를 개설하는 것이다.
당초 2023년 초 완공 목표로 2020년 공사에 들어갔지만 설계 변경, 하청업체 재선정, 보상 지연 등으로 공사 기간이 두 배가량 늘었으며, 공기 지연에 따른 물가 인상으로 총 예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올해도 준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준공 목표로 공사 진행되고 있지만, 지하 구간에 당초 예상보다 높은 지하수위가 형성돼 난항을 겪고 있다.
감사관은 물가 변동 및 관급 자재 인상 비용 등을 포함해 총 60억원 이상의 공사비가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 종합건설본부의 정산으로는 30억~40억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울산종합건설본부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로 추가 비용이 투입되고 공사 기간이 연장되긴 했지만, 가장 큰 부분은 물가 변동분이다. 발주 당시 7만원가량 하던 레미콘 가격이 가장 비쌀 때 13만원까지 올랐다”며 “정확한 도로 개통 시기는 검토 중이며,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