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선영의 안다미로 한상]제철 청사과와 치커리에 깻잎이 어우러진 기운 돋우는 한상
입추 무렵까지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처서를 지나며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을 기대하게 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워, 더위를 그치게 한다는 처서의 마법도, 태풍 종다리의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즐비하다. 그러나 예로부터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입도 비뚤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곧 기승을 부리던 모기도 사라지고, 대추가 열리며, 저녁에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가을의 입구에 도착한다.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며, 올 여름은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린 계절이었다. 사람이 하루에 흘리는 땀의 양은 봄, 가을 기준 보통 500~700㎖이며 여름에는 하루 흘리는 땀의 양이 2~3ℓ까지도 늘어난다고 한다. 땀의 성분을 보면 99%는 수분이고 나머지는 소금과 암모니아, 칼륨,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 성분이다. 지금 이맘때 나오는 제철 채소와 과일로 여름 내 소실된 체내 수분과 무기질을 보충할 때이다.
청사과와 치커리는 무더운 여름에 제철을 맞은 식재료들이다. 청사과는 풋사과의 일종으로, 가을에 출하되는 홍옥, 부사보다 한 두달 앞선 7~8월에 미숙과인 상태로 출하되는 사과다. 흔히 아오리 사과라 불리기도 하며, 최근에는 한국에서 개발된 썸머킹 품종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다른 사과 품종과 달리, 청사과는 여름 한 때만 즐길 수 있는 사과로, 풋풋하고 싱그러운 맛때문에 특히 샐러드에 잘 어울리는 채소다. 치커리는 7, 8월이 제철인 채소인데, 치커리 특유의 쓴맛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데 좋고, 소화를 촉진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쌉싸름한 맛의 치커리는 상대적으로 달콤한 사과와 비트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깻잎은 동남아시아가 그 원산지로, 들깨의 잎을 깻잎이라 부른다. 그 특유의 향과 식감 때문에 깻잎을 식용으로 흔히 섭취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며, 유럽의 바질, 동남아시아의 고수같이 한국을 대표하는 향채라 볼 수 있다. 깻잎은 한국에서 필수적인 쌈 채소 중 하나로, 요즘엔 하우스 재배를 통해 사계절 내내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됐다.
원래 깻잎은 초여름에서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가 제철인 채소로, 여름에 가장 싱싱하며 그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본다. 깻잎은 철분 함량이 매우 높은데, 시금치보다 2배 이상의 철분을 포함하고 있어 깻잎 30g을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철분량이 모두 충족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체내 염증을 완화시키며, 인체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루테올린 성분과 피톨 성분을 다량으로 포함하고 있어, 흔히 구할 수 있지만 떨어진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식탁 위 명약과 같은 식재료다.
이맘때 유럽에선 여름에 제철을 맞는 허브인 바질과 올리브오일, 잣 등으로 페스토 소스를 만들어 먹는다. 페스토 소스는 다양한 재료로 응용이 가능한데, 산지에 따라 버섯을 추가하기도 하며, 한국에선 깻잎이나 김을 이용해 만들어 먹는 페스토 소스도 인기다. 여름에 제철을 맞은, 깻잎을 활용해 한국식 페스토 소스를 만들어 파스타를 요리해 보자.
마선영 요리연구가·소목문화원 대표
사진·영상=김도현 기자·이선민 인턴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청사과 비트 샐러드
△재료 : 비트 90g, 청사과 75g, 치커리 10g
△소스 : 소금 1/3 작은술, 후추 조금, 레몬즙 2 작은술
비트는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후 길게 채를 썰어 준비한다.
씨를 빼낸 청사과를 채 썰고, 치커리는 깨끗히 씻은 후, 적당히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샐러드 볼에 준비한 비트와 청사과를 먼저 넣고 소금, 후추, 레몬즙과 함께 잘 섞어준다.
먹기 직전에 치커리와 함께 섞어 완성한다.
◇연근 찰밥과 가지 타르타르소스 샌드
△재료 : 연근 3개, 찹쌀 1컵, 소금 조금, 가지 3개, 식용유, 밀가루
두부 타르타르 소스 : 두부 1/2모, 소금 1 작은술, 식초 1큰술, 조청 1큰술, 식물성 오일 1큰술, 간 생강 반 개, 샐러리 10g, 오이 10g, 양파 5g, 레몬즙 1 작은술
●연근 찰밥 샌드
소금을 한꼬집 넣은 찹쌀밥을 지어놓는다.
연근은 손질해서 0.5㎝로 썰어 밀가루를 묻힌 후, 기름을 두른 팬 위에서 구워낸다.
노릇노릇하게 구워 낸 연근 사이에 완성된 찹쌀밥 한 수저를 넣어 샌드위치식으로 완성한다.
●가지 타르타르 소스 샌드
두부 반 모와 나머지 재료를 한꺼번에 믹서기에 넣어 곱게 갈아준다.
가지는 0.8㎝로 썰어 앞, 뒤로 밀가루를 입혀 기름을 두른 팬 위에서 구워낸다.
노릇노릇하게 구워낸 가지 사이에 완성된 타르타르 소스를 발라 완성한다.
◇깻잎 들깨 파스타
△재료 : 펜네, 푸실리, 리가토니 등 쇼트파스타 종류 2인분 약 200g, 올리브오일 적당량, 깻잎 120g, 마늘 2쪽, 청양고추 3개
△소스 : 호두 15g, 들깨가루 2큰술, 소금 3 작은술, 파스타 삶은 물 반 컵, 후추 1작은술, 올리브 오일 2큰술
끓는 물에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적당량 두른 후 파스타를 넣어 삶아준다.
깻잎과 청양고추는 채를 썰어 준비하고, 마늘은 으깨어 둔다.
호두는 믹서기에 갈아 준비한다.
팬을 달군 후 올리브 오일 2큰술을 두르고 으깬 마늘을 넣어 볶는다.
파스타 삶은 물과 호두, 들깨가루와 소금, 청양 고추를 넣어 한번 끓여낸다.
삶은 파스타와 깻잎을 넣어 소스와 잘 섞어 준 다음, 올리브 오일과 후추를 넣어 한번 더 볶아내 완성한다.
※QR코드를 찍으면 음식 조리과정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영상=김도현 기자·이선민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