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8월 가뭄 속 울산지역 저수지 가보니...바닥 드러낸 저수지…애타는 農心
2024-08-27 정혜윤 기자
지난해 이맘때는 물이 가득 차있었던 이 저수지는 여름 가뭄에 말라 가장자리부터 맨살을 드러냈다. 일부 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기도 했다. 약 265㏊의 농경지에 농촌용수를 공급하는 복안저수지는 이날 기준 저수율이 24.7%대로, ‘심각 단계’로 분류된 상태다. 복안저수지의 지난해 같은 기간 저수율은 100%였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8월 한 달간 별다른 비소식이나 집중호우 없이 짧은 소나기만 내리면서 울산 농촌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가 말라붙고 있다.
26일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울산 농촌용수 저수율은 48.5%로 전년 동기 94% 대비 반토막났다.
울주군 저수지 78곳의 저수율은 47.3%, 북구 7곳은 56.2%다. 지난해 이 기간 울주군 저수율은 93.2%, 북구는 99.1%가량이었다.
올해 울산 저수율은 앞서 6월 중순까지는 평년보다 높은 저수율(올해 85%, 평년 68%)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른 장마가 끝난 7월 중순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약 한 달 사이 저수율이 77%에서 50%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급기야 26일 48.5%를 기록하며 50%대가 깨졌다.
농촌용수를 공급하는 울산 저수지 중 저수율 50% 미만인 곳이 13곳인데, 이중 복안·오룡 저수지는 저수율이 24%대에 그쳐 심각 단계로 분류됐다.
울산시와 각 지자체는 아직 가뭄에 접어든 수준은 아니지만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울산 논가뭄은 정상 수준이지만 밭가뭄이 경계 수치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밭 농사 토양 유효수분은 고작 26%에 머무른다.
언양읍에서 밭농사를 하는 김모(46)씨는 “아직 밭이 심하게 가물지는 않았지만 올해 유독 비가 시원하게 안 왔다”며 “비도 일부 지역에 많이 쏟아지는 등 오락가락 오는데, 밭작물이 안 타들어가려면 9월이라도 비가 많이 와야한다”고 걱정했다.
실제 올해 8월 한 달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며 농촌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율이 대폭 낮아졌다. 26일 기준 올해 8월 현재 울산의 누적강수량은 70.4㎜인데, 지난해 8월은 365.7㎜로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올해 8월은 유독 비가 내리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울산 상수원으로 활용되는 주요 댐 3곳도 전년 대비 저수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시와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 등에 따르면 회야댐의 만수위는 31.8m인데 이날 기준 현 수위는 29.93m에 유효저수율은 66.1%다.
올해 회야댐 상류 부근에도 강수량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8월 회야댐 상류 강수량은 403.3㎜였지만 올해는 겨우 70.4㎜에 불과해 강수량이 약 82%나 급감했다.
대곡댐의 현 저수율도 31.2%(전년 77.2%)에 유효저수율은 36.4%, 사연댐의 현 저수율은 22.1%(전년 56.2%)로 대부분 전년 대비 낮은 저수율을 보인다.
회야댐의 수위가 28m 아래로 내려가면 녹조 등으로 수질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이때부터 낙동강 물을 유입시키는데, 시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해 낙동강 물을 끌어올 준비는 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여름철 예상보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저수지와 식수댐 수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며 “농촌용수가 부족해지면 살수차를 임대해 물을 공급하는 등 준비 태세는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