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상에 파고든 딥페이크 성범죄, 임계치 넘었다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 파문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지인능욕’이라 불리는 이 범죄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유명인 또는 지인의 얼굴과 성영상물을 정교하게 합성·유통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말한다. 최근 한 대학에서는 여학생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유포된데 이어 비슷한 종류의 텔레그램에서 허위 영상물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울산에서는 최근 SNS에 딥페이크 피해자가 있다는 학교명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교육청은 27일 긴급 가정통신문을 울산지역 전 학교에 전달했다. 시교육청은 가정통신문에서 “최근 딥페이크 피해가 잇따르니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정보 등이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타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올리거나 전송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피해 학교 명단’에 올라 있는 곳은 100곳이 넘는다고 한다. 순식간에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 신고는 전국에서 297건 접수됐다. 관련 범죄 신고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그간 증가세를 보여왔는데 올해 들어 더 늘어나며 확산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생,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 연령대가 성범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이 SNS를 타고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미성년인 경우가 많고, 가해자 역시 대부분 10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늘어난 것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 검색만으로 딥페이크봇 등에 접속해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 불법 딥페이크 영상을 확인해도 해외 SNS 업체에 요청해 삭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딥페이크 불법 콘텐츠의 제작·유포는 신속하게 그리고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경찰은 물론 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사법부는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양형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국회는 관련 법규의 제·개정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일단 유포되면 확산·재확산 돼 피해자의 명예 회복이 매우 어렵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