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소방본부 첨단 소방장비 시연회 가보니…드론이 익수자 발견해 무인보드가 구조

2024-08-28     신동섭 기자
“첨단장비 도입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시민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상 이변에 따른 폭우나 홍수 발생이 빈번하면서 재난에 대한 선제 대응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듯 울산 소방본부는 수중 로봇(ROV)을 필두로 첨단 장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수중 로봇이 첫 실전에 투입된 지 2분 만에 익사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울산소방본부는 27일 태화강 제1둔치에서 민선 8기 이후 도입한 첨단 소방 장비 시연회를 개최했다. 최근 태화강 일대에서 수난 사고가 빈발하자 시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시연회는 특수대응단 등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상·수변·수중 가상 상황 3건을 설정해 진행됐다.

시연에는 연 모양 비행체인 헬리카이트와 대용량 배수차, 회복지원차, 무인 구조보드, 수중 로봇, 투척용·열화상 드론 등이 동원됐다.

먼저 수상 구조 상황에서는 요구조자가 폭우로 급격하게 불어난 물속에 빠진 상황을 가정했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상황을 파악하고 무인 구조보드가 시속 15㎞의 속도로 다가가 금세 요구조자를 구했다. 투척용 드론이 압축 질소가 채워진 튜브를 요구조자 인근으로 떨어뜨려 익사를 방지하기도 했다.

이어 수변 구조 상황에서는 요구조자가 물가에 부유물과 함께 섞여 있어 수색대원이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 시연이 진행됐다.

헬리카이트와 열화상 카메라를 내장한 드론이 강가를 탐색하며 지나가자, 녹색 배경의 디스플레이에 농도 차이를 통한 수풀이 표현됐고, 발열 패치를 부착해 열을 내뿜는 마네킹이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붉은 열원이 발견되자 드론은 열화상 카메라를 일반 카메라로 전환하고 근접해 요구조자인 마네킹을 식별했다. 이내 구조대원이 현장으로 파견돼 최종적으로 요구조자임을 확인했다. 실종된 지 며칠 지나 사망한 구조자는 찾기 어렵지만, 실종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았다면 미약한 열원으로 구조자를 빨리 발견할 수 있다고 소방 관계자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수중 구조 상황에서는 실종자가 물속에 가라앉은 상황을 가정했다. 최대 200m까지 탐지할 수 있는 음파탐지기(소나)를 탑재한 수중 로봇이 유선으로 연결된 채 수중을 탐색하자 이내 수중에 배치된 마네킹이 디스플레이에 표시됐다. 수중 로봇의 경우 소나 영상 판독자의 역량이 중요해 상시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이날 잠수부로 활약한 차승헌 특수대응단 직할 구조대 소방교는 “이전에는 수중에서 직접 손으로 더듬어 가며 찾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수중은 낮이라도 먼지와 진흙 때문에 1m 앞이 채 보이지 않는다. 저녁에는 라이트를 켜도 낮보다 더 안 보인다”며 “이제는 수중 로봇 등을 활용해 요구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소방본부는 향후 화재나 방사능, 화학 물질 유출 사고 현장에 투입할 네발 로봇견과, 드론의 정보를 AI를 이용해 분석하는 분석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박정원 특수대응단 직할 구조대장은 “실종자 수색 시 소방, 경찰, 공무원 등 많은 인원이 길게는 일주일까지 매달리는 등 인력 낭비가 심하다”며 “앞으로는 드론, 수중 로봇 등을 활용해 좀 더 빠르게 발견하고 구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울산에서 발생한 수난 사고 건수는 2021년 276건, 2022년 202건, 2023년 280건이며 올해는 153건이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