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병일 울산항도선사회 회장, “민간 외교관으로서 울산항 들어오는 선박 맞아”
2024-08-29 김은정 기자
정병일(사진) 울산항도선사회 회장은 목포에서 태어났다. 우연한 계기로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긴 여정 끝에 2014년 2월 평생의 꿈이었던 도선사가 됐다. 모든 해운업계 종사자들에게 존경받는 도선사가 된 그날을 그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도선사는 일정 도선구에 입출항하는 선박에 승선해 그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면허를 받은 사람들이다. 현재 울산항에는 29명의 도선사가 근무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총 255명의 도선사가 있다.
바다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예측할 수도 없고 적지 않은 인적, 물적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도선사들은 그 누구보다 항만과 수로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전문가여야만 한다. 이와 함께 오랜 선장 경력을 갖춰 배와 바다에 대한 지식과 경험도 충분해야 해 매년 배출되는 인원이 많지 않다.
정 회장은 2014년 면허를 받고 11년째 울산항에서 도선을 하고 있음에도 업무 때마다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을 유지한 채로 바다로 나선다고 했다. 도선사는 도선 대상 선박에 승선해 선장과 여러 사항에 대해 확인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같은 선박이라도 도선 방법은 도선사마다 전부 다르다. 도선선을 타고 대상 선박으로 향하는 동안도 파랑과 기상 상태는 물론 주변 굴뚝의 연기 상태 등 사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울산항의 경우 외해에 섬 등의 자연 차폐물이 없어 바람과 너울이 그대로 들어오고 항로가 짧아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배에 올라탄 이후부터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불안정한 선박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조종해야만 한다. 풍랑이 거세고 날이 흐릴 경우엔 대상 선박에 승하선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보안상의 이유로 헬리콥터 등을 이용할 수 없어 아직도 도선사들은 도선용 사다리를 통해 승하선하고 있다. 이에 종종 해상이나 선박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 회장도 8년 전 온산항 컨테이너 선박의 출항 도선을 위해 부두에 올랐다가 서리가 내린 방충재를 밟고 겨울 바다에 빠지는 일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빠른 구조로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말로 다 못할 경험을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정 회장은 “도선사는 선박에 승선해서 하선할 때까지 고도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갖고 도선에 임하기에 많은 위험이 뒤따르고, 체력 소모가 대단히 크다”며 “도선 전 충분한 휴식과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 기후 변화와 선박 대형화로 인해 도선 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 회장은 도선사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울산항 도선사들은 감염병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하던 팬데믹 당시에도, 기상 악화로 운항이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물류 수송의 일선에서 묵묵히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울산항에 자리 잡은 산업체, 그리고 지역 경제 공동체의 물류 운송맥을 끊기게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수많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선을 멈출 수 없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최일선에서 울산항에 들어오는 선박들을 맞이하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울산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울산항에 있는 모든 유관 기관과 소통하며 이용자들의 편익과 상생의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게 정 회장의 이야기다.
정병일 울산항도선사회 회장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해상에서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 동료 도선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과중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개인 건강 관리와 함께 항상 즐겁고 안전한 도선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