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AI시대의 신소재

2024-08-29     경상일보

신소재(advanced materials)는 기존 소재의 결점을 보완하거나 우수한 특성을 창출함으로써 고도의 기능, 구조특성을 실현한 재료를 말한다. 즉, 금속, 무기, 유기 원료 및 이들을 조합한 원료를 새로운 제조 기술로 제조해 종래에 없던 새로운 성능과 용도를 가지게 되는 소재이다. 이러한 신소재는 전기배터리(2차 전지)에서부터 태양전지, 반도체, 초전도체, 세리믹, 그래핀, 무기화합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 신소재는 물성 연구, 재료 설계, 재료 가공, 시험 평가 등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기존소재는 유기재료, 무기재료, 금속재료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신소재는 비금속 무기재료인 파인세라믹스(fine ceramics), 형상기억합금과 초전도재료와 같은 신금속재료, 유기반도체와 태양광 발전 플라스틱 전지와 같은 고분자재료, 바이오센서, 탄소 섬유 강화플라스틱과 같은 복합재료 등 네 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현대 첨단산업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재료들이다. 일반적으로 신소재의 발견과 합성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휴대폰과 노트북에서부터 전기 자동차 등에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약 20년의 연구가 필요했다.

2020년 구글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알파폴드(AlphaFold)’를 출시하며 과학계에 AI붐을 몰고 왔다. 수개월 이상 걸리던 단백질 구조 분석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수일 이내로 끝낼 수 있어 생물학과 신약 개발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2023년 11월)에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를 훨씬 뛰어 넘는 딥러닝을 활용해 신소재 개발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방법을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지놈(GNoMe: Graphical Networks for Material Exploration)’이라 불리는 이 기술을 통해 2차 전지나 태양광 패널, 컴퓨터 칩 등의 신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 발표된 것이다. 지놈은 소재 데이터베이스(DB)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하여 이미 개발된 소재의 재료 비율을 조정한 220만개의 태양전지용 소재를 새롭게 발견했다. 또한, 같은 날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는 수십만 개에 달하는 신소재의 성능 실험에 걸리는 시간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실험을 계획하고 수행하며 실험 결과도 자체 해석할 수 있는 ‘A-Lab’이라 불리우는 자동실험장치를 <네이처(Nature)>에 실었다.

사실 화합물 생성은 기존 구조와 비슷한 형태를 생성하거나, 무작위적으로 화합물 구조를 생성하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구글 딥마인드와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지놈’과 ‘A-Lab’ 두 가지 시스템을 결합해 지놈에서 예측한 신소재 구조를 A-Lab에 실험했다. 이들의 연구에서는 안정적인 무기화합물 구조를 220만개 생성했으며, 700개 이상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연속 실험 결과 예측한 화합물 58개 중 41개를 성공적으로 합성해 냈다. 그중에 41개의 신소재를 합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7일에 불과했다. 다만 41개 중 17개의 신소재를 합성하는 데는 과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로봇 시스템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정을 사람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로봇이 협업했다. 이것은 이제까지 알려진 무기화합물 구조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이 연구결과 중의 하나는 그래핀과 유사한 새로운 2차원 적층 재료인 리튬-망간 산화 화합물로, 기존 소재보다 25배 더 뛰어난 고체 리튬이온 전도체를 만들었다. 리튬이온 배터리 전도체는 신소재를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중의 하나이다. 지놈이 나오기 전까지의 기술은 잠재적인 신소재의 에너지와 안정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놈은 충분한 데이터와 컴퓨팅 능력으로 정교한 신경망 그래프를 활용해 몇 분의 1초 안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사람이 주도하는 실험실에서는 일반적으로 재료를 만드는 데만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A-Lab은 짧은 시간에 실험을 무한 반복적으로 수행해 결과를 도출해 냈다.

앞으로 ‘지놈’과 ‘A-Lab’과 같은 다양한 AI 도구들이 에너지, 컴퓨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하드웨어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변화되는 지구의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특히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혁신이 필요하다. 신소재 개발 AI가 이 혁신을 가속화 시켜 지구환경을 살리고 인류를 구원하게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