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정재군, 생애 첫 패럴림픽서 값진 銀

2024-09-03     박재권 기자

울산 중구청 소속 장애인 배드민턴 정재군(47·WH1)이 유수영(21·WH2·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2024 파리 패럴림픽 배드민턴 남자복식(스포츠등급 WH1, 2)에서 값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들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 열린 결승에서 중국의 마이젠펑-취쯔모조에 세트 점수 0대2(10대21 12대21)로 패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 팀이자 세계 최강팀인 마이젠펑-취쯔모조는 집요하게 정재군 쪽으로 셔틀콕을 보냈다.

장애 정도가 유수영보다 중하고 낮에 단식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이 떨어진 정재군을 몰아세운 것이다.

정재군은 상대 공격을 받아내려 애썼으나 긴 랠리를 이겨내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큰 점수 차로 밀렸고, 별다른 반전 없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6살 차이가 나는 정재군-유수영 조는 2년 전 복식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두 선수는 저조한 성적 탓에 잠시 파트너를 교체했다.

정재군-유수영은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다시 뭉쳤고, 각종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발견하자 그대로 파리까지 함께 왔다.

이들은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에서 은메달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경험은 많지 않지만, 두 선수는 환상의 호흡으로 결승까지 밟았다.

정재군은 이번 패럴림픽에 나선 한국 배드민턴 선수 중 최고령이다. 그는 대회 내내 “이번이 마지막 패럴림픽”이라고 말했다.

정재군은 “사실 목표는 지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이었는데 출전하지 못했다”며 “이후 정말 노력을 많이 했고, 겨우 출전하게 됐으니 메달을 하나라도 가져가자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재군은 2007년 작업 중 척추골절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재활병원에서 우연히 장애인 배드민턴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시작했다.

힘든 운동 과정에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은 아버지다. 정재군의 아버지는 지난 6월 세상을 떠났다.

정재군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항상 내가 배드민턴하는 걸 궁금해하셨다”며 “대회에 나가면 잘하면 ‘잘했다’고 축하해주시고, 못하면 ‘그 정도만 해도 잘했다, 괜찮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는 “패럴림픽 출전 소식을 전했을 때 상태가 조금 좋아지셨는데, 스코틀랜드 대회에 출전하기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정재군은 “패럴림픽에서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뭐든 꼭 따서 가져다드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 이룰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쳤다.

정재군은 2일 토마스 반트슈나이더(독일)와 단식(WH1 등급)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정재군은 “독일 선수는 무려 60대”라며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190㎝ 장신이다. 최대한 집중해서 반드시 메달을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