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김영미 무용단 한국 서사무용극 ‘오늘, 씻김하다’...춤사위에 대사·연기 더해 한편의 연극 본 듯

2024-09-04     권지혜 기자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본 것 같았습니다. 공연도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2024 신박한 예술지원해DREAM’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김영미 무용단의 한국 서사무용극 ‘오늘, 씻김하다’가 지난 2일 오후 7시30분 울주문화예술회관 그린나래홀에서 열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들에게 씻김이라는 굿을 통해 떠난 사람의 극락왕생을 함께 빌어주는 작품답게 박성훈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전승교육사와 양용은 전수자가 등장해 극의 몰입을 높였다. 씻김굿을 공연으로 보는건 처음이어서 새로웠고 눈을 뗄 수 없었다.

공연은 김예진 소리꾼(순분 역)이 무덤 앞에 있는 바위에 홀로 앉아 돌아가신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남편과 아들을 소개하고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김예진 소리꾼의 절절한 연기와 판소리에 관객들은 부모와 할머니를 잃은 순분의 슬픔에 공감했으며 무용이라는 꿈을 찾고 아들 해듬을 자랑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기뻐했다.

그러나 군대에 간 하나뿐인 자식이 죽고 순분도 아들을 따라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서사에 함께 가슴 아파했다. 목소리로 특별출연한 배우 허은녕(순분 및 순분 엄마 역)과 정재화(순분 남편 역)의 연기와 무대 옆편으로 사라지는 순분의 모습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극대화시켰다.

이후 국악타악그룹 버슴새의 반주와 실감나게 펼쳐지는 굿판은 신선함의 연속이었다.

넋풀이, 제석지전춤, 영돈말이 씻김, 길닦음, 제화소리, 울산학춤 등 모두 다른 춤이었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떠난 이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김영미 예술감독과 무용수들의 애절한 몸짓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연상시켰다.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전수자인 양용은이 씻김굿을 하는 것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진심을 담은 양용은 전수자의 씻김굿과 무용수 박광호(순분 남편 역)의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슬픈 표정과 몸짓은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연극배우인 조은아씨는 “무용극이라고 전제했지만 춤이 있고 대사가 있고 얼굴에 표정이 있어서 한편의 연극을 본 것 같았다”며 “아름다운 몸짓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굿을 소재로 해 신선했다”라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다만 씻김굿이라는 소재에 대해서는 일부 부정적 의견 등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박혁(70·울산 중구)씨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춤으로 달래주는 것은 긍정적이나 종교 등의 이유로 부정적이게 본 사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