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저성장에 소득 21조원 순유출, 악순환 끊어야
통계청의 기준연도 개편으로 울산이 1등 부자도시 지위에서 한 단계 내려왔다. 지역 소득지표 중 부동의 1위를 지키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과 ‘1인당 지역총소득’ 중 소득 지표가 서울에 추월을 허용했다. 주력 제조업의 성장력 둔화에 더해 지역총소득 중 34%가 수도권 등으로 유출된 영향이 컸다.
울산은 1962년 공업센터 출범이후 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의 부귀를 마련한 ‘겨레의 곳간’이 된 도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경제는 저성장의 함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고 지역 구성원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소득은 타지역으로 줄줄 새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 소비, 투자, 일자리, 인구 감소 등의 악순환의 경제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울산이 다시 1등 부자도시로 올라서려면 지역경제 성장의 최대 걸림돌인 소득 순유출을 저지해 선순환 경제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지역소득 2020년 기준년 개편 결과’ 자료를 보면 2022년 울산의 1인당 총소득은 5685만원으로 서울에 역전을 허용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7623만원)은 부동의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울산이 이처럼 1인당 지역내총생산 1위 도시임에도 최고 부자도시의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지역민이 창출한 소득의 순유출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한해동안 울산의 지역내 총생산액 중 21조6000억원이 타 지역으로 순유출됐다. 이는 지역내 총생산액의 25%, 지역총소득의 34%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대부분 기업의 총영업잉여 등으로 순유출됐다.
제조업 수출로 먹고사는 울산의 경제 상황 역시 악화일로다. 2000년 울산의 지역내총생산은 2.2% 감소해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 쳤고, 2022년 지역내총생산도 1.6%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국 대비 울산의 경제규모 비중은 2020년 3.3%, 2022년 3.6%로 각각 주저앉았다. 소득 순유출로 인해 울산의 총소득 비중은 2.7%대까지 축소됐다.
울산이 다시 부자도시로 거듭나려면 곳간부터 잘 지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소득유출을 허용하는 소비는 위축될 것이며, 경제도 예년의 영광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멀리 있는 산토끼(신성장 산업)를 잡기 전에 먼저 ‘집토끼’ 단속부터 잘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선순환의 경제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