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짧지만 강한 표현 ‘인정’
좋은 작품과 좋은 전시를 관람한 후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라고 말을 할 수 있으면 오롯히 작품에 집중하면서 나의 시간을 예술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한 ‘카타르시스’는 많은 사전적 의미로 표현되는데, 우리 주변에서 짜릿한 경험이나 무서움, 놀람 혹은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 우리는 전율을 느끼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활 속 대화에서 ‘그거 정말 예술이더라’라는 말들을 쉽게 하곤 한다.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처럼 멋진 장면이 펼쳐질 때 정말 나도 모르게 박수와 탄성이 나오는 건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서 오는 ‘인정’ 그리고 ‘감동’이 만든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인정을 하고 살까? 상대방의 말과 행위에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더군다나 경쟁사회 속에서 자칫 내가 상대방보다 잘 못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느껴질 수도 있으며, 때로는 인정 속에 내 자신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상황을 넘기려는 인정이 아닌, 진정으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존중하는 인정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겐 잘못한 행동에 대해 “이러면 안되는거야”라고 말하고, 친구와의 다툼에서는 먼저 “미안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르치면서, 나는 과연 어떠한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좋은 관계 속에서의 ‘인정’은 서로의 격려와 감사 그리고 존경이 담겨 있듯이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평화로울 수 있다.
많은 분야가 있지만, 예술이라는 장르 속에 ‘인정’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더욱 더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어떠한 작품을 감상하고 난 후의 감정은 각기 저마다의 단어와 생각, 그리고 말로 표현된다. 수학공식처럼 답이 있지 않는 게 예술이고, 그러하기에 더욱 더 표현하기 어렵고, 그 어려움을 전달하기에 인고의 노력과 시간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끝없는 굴레 속에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작품’이기에, 작품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로가 ‘인정’하는 것이 존경이 아닌 ‘존중’의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공연이나 전시장을 찾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일년 중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울산에도 이곳 저곳에서 문화예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울산시는 공업축제로 울산을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울산예총도 울산예술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즐기는 일만 남았다. 잘하고 못하는 평가의 시간이 아닌 순수하게 지금의 순간을 즐기고 울산의 문화와 예술을 ‘인정’하면서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김진완 울산예총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