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소액주주…고려아연 잇단 우군 등장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이 외국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울산시에 이어 소액주주들도 백기사를 자처하고, 우호세력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표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도 입장문을 내고 MBK파트너스의 약탈적 인수합병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 운영진은 최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 주체는 현 경영진과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대기업 3사”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덕분에 훌륭한 실적이 가능했다는 평이 있고 그 주체가 현 경영진인 것은 명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액트에 따르면 현 경영진이 이끄는 고려아연은 연결 기준 상반기 주주환원율 71%(개별 기준 61%)를 달성했다. 상반기 순이익 2879억원을 기록한 고려아연은 지난 8월 2055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 대비 72.6% 증가한 2687억원으로 집계돼 호실적을 시현했고, 주가도 3월 주주총회 이후 24% 상승해 코스피 대비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울산지역 정치권도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울산시의회는 김종섭 의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시의원 22명 일동 명의로 지난 1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은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다”며 “적대적 인수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 유출과 이차전지 분야의 해외 공급망 와해는 물론 자칫 외국계 회사에 팔려나가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고려아연도 18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와 관련해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냈다.
박 대표이사는 입장문에서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에 반대 의사를 공식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며 각종 환경오염 피해를 일으키고, 지역 주민과 낙동강 수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등 환경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가 구속되고, 대규모 적자로 경영 능력도 인정받지 못하는 등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 대표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영풍이 경영 정상화 등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약탈적 자본과 결탁해 고려아연의 지분과 경영권 확보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면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 신재생 에너지 등 핵심 신사업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어 박 대표이사는 “이번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의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고려아연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과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또 공개매수 과정에서 영풍이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MBK에 넘기는 과정이 위법하다고 보고 MBK파트너스와 영풍 등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영풍의 개별기준 자산총액은 2조3000억원이고,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 가치는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 3조474억원이다”며 “이러한 자산을 MBK에 모두 넘기고 그 이익 또한 MBK가 얻도록 한 것은 상장법인 영풍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도 입장문을 내고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직원 고용을 종전과 같이 유지하고, 고려아연이 울산기업으로서 재도약하는 것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