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 금리인하도 초읽기…정교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에 나서면서 우리 경제정책 방향도 중요한 분기점을 맞게 됐다. 그동안 긴축 정책을 유지해왔던 연준이 금리 인하로 기조를 전환한 것은 글로벌 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0.50%p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 대응하고자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다. 물가를 잡으려는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빅컷을 결정하면서 이제 시선은 한국은행의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로 2.00%p 차로 역대 최대치로 벌어졌던 한국(3.50%)과 미국의 금리 차는 최대 1.50%p로 좁혀졌다. 한국은행이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은 물론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 등 각종 변수에 집중할 여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금리 및 경제 정책 방향의 큰 줄기가 되는 상황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물가는 다소 안정적인 국면이지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부침은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고, 과도한 가계부채는 소비 위축을 초래해 내수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려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최근 물가가 2% 초반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점도 금리 인하의 부담을 덜어준다. 정부·여당은 ‘이자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10대 선진국 중앙은행 중 6곳이 금리를 내린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0.1%p 낮췄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가 자칫 가계부채 폭증과 부동산 시장 과열의 악순환을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금리를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을 모두 잡기 위한 세밀하고도 정교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