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수온에 울산 어업인 ‘한숨’

2024-09-20     정혜윤 기자
“오늘 그냥 다 철망(물고기를 잡기 위해 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일)했습니다. 바다에 고기가 없습니다.”

울산 울주군 강양항 일원의 고수온 경보가 한 달 이상 이어지며 어업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냉수대와 고수온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수온 탓에 통발과 그물을 철수하는 어업 중단 상태는 물론 양식장 어류폐사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19일 김진곤 울주군어업인연합회장에 따르면, 이날 군 대부분 어장에서 정치망을 바다에서 빼는 철망 작업이 진행됐다.

김 회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바다에 어군이 형성되지 않아 오전부터 다들 철망했다”며 “매일 고기가 잡혔는지 그물을 확인하러 배 타고 나오는 인건비와 경비를 감당할 수 없어 차라리 안 가는게 낫다는 말을 한다. 사실상 다들 손을 놨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업인들은 이달 내내 울주군 앞바다에 고수온과 냉수대 현상이 번갈아 나타나며 바다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울주군 서생면 강양항 일원은 지난달 8일 처음 고수온주의보가 내려진 데 이어 8일 뒤인 같은 달 16일 고수온 경보로 상향됐다. 이후 현재까지 한 달 이상 고수온 경보를 유지 중이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냉수대가 찾아오기도 하는 등 바다 수온은 예측불허 상태다.

강양항 일대는 지난달 21일 최고 수온이 29℃였는데 불과 6일 뒤인 27일에는 18℃까지 떨어졌다. 이후 9월에 들어서면서 수온이 또 계속 상승해 지난 13일부터 현재까지 27~28℃를 유지 중이다.

고수온이 지속되면서 경남, 통영에서 속출하던 양식장 폐사도 울산에서 하나둘 관측되고 있다.

20년째 울주군에서 넙치 양식업을 하는 대원수산 김명규(50)씨는 “수온이 높다 보니 넙치가 벌겋게 익으면서 비늘이 벗겨지고 죽는 개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20년 동안 양식업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수온이 높고 안 떨어진 적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양식장은 앞서 액화산소 등으로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해 폐사 개체수가 적지만, 인근 5~6곳 양식장은 물고기가 반 이상 죽은 곳도 있다”며 “상황이 많이 심각해 군에서도 도움을 많이 주고 있는데, 내년까지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고수온 경보가 계속되며 군도 긴장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군은 매일 양식업자·국립수산과학원과 오전 6시, 오후 3시 두 차례에 걸쳐 수온을 모니터링하고 액화산소 장치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해 실시간으로 공유 중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집단 폐사까지는 아니지만 약한 개체들이 죽는 현상이 일부 넙치, 강도다리 양식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 이례적으로 냉수대가 들어왔다 고수온으로 오르는 등 수온을 예측할 수가 없어 큰 피해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