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각계각층 ‘고려아연 지키기’ 한마음 한뜻
2024-09-20 전상헌 기자
◇지역 상공계·노동계 “국가핵심산업 보호”
19일 울산상공회의소 회장단은 울산상의 5층 의원회의실에서 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 국가기간산업 보호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적극 개입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울산상의는 “고려아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비철금속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도시 울산을 선도해 온 자랑스러운 기업”이라며 “아연, 납, 은 등의 제련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니켈 전구체 등 이차전지 핵심 소재 독자기술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 운용사가 경영권 탈취를 위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의 본질적 목표인 단기간·고수익 달성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인력 유출, 나아가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기술 유출과 이차전지 분야 해외 공급망 구축이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가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울산상의 회장단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국가 핵심산업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전략적이고 제한적인 개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지역 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울산 상공계는 지난 2003년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을 때 ‘울산시민 SK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범시민적으로 펼쳐 SK를 지킨 경험이 있다. 해외에서도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려 할 때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저지했고, 호주가 중국계 기업의 리튬 광산 인수를 막기도 했다.
울산상의는 “고려아연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울산시민의 땀과 애정이 녹아 있는 지역의 향토기업이다”며 “고려아연을 지켜내기 위해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와 결의문을 발표하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했다. 또 서울 광화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규탄하는 집회도 열었다. 노조는 여러 차례 과거 행태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국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를 보였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제고를 들어 공개 매수에 나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울산지역 울산플랜트산업협회와 울산전문건설협회도 오는 23일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규탄하는 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역 야권 등 정치권 “부당한 거래 포착되면 책임 물을 것”
지역 야권도 19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구조조정등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통해 “울산의 입장에서 MBK의 고려아연 M&A 시도를 단순한 기업간 거래로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울산시민과 고려아연의 노동자·가족과 함께 예의주시해 부당한 거래 정황이 포착된다면, 중앙당과 협력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했다.
진보당 울산시당은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투기자본 MBK에게 제조업의 앞날을 맡길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경영권은 MBK파트너스로 넘어갈 것이고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수소, 이차전지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핵심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울산출신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진보당 윤종오 국회의원도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부가 나서 산업 생태계와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상헌·서정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