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뺏기면 지역 中企 생존 어려워”

2024-09-25     정혜윤 기자
경영권 분쟁에 빠진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24일 원경원 울산 울주군중소기업협의회장과 회원들은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내 1600여 개 중소기업 회원들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갖기 운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탈취되면 기업 경쟁력이 단숨에 무너지고 울산 고용시장 악화와 지역 경제 쇠퇴는 물론 국가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기업하기 좋은 도시 울주군에서 고려아연을 포함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중소기업 성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향토기업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주군중기협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 중 50여 개사가 고려아연 시설 유지·보수, 공장 설립 등과 관련한 협력업체다. 울주군중기협은 향후 울산 기회발전특구 내에 고려아연의 투자 계획이 잡혀있는데,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군 관내 중소기업들의 생존과 경제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울주군중기협은 “울산 시민들이 20년 전에도 SK의 경영권 분쟁 당시 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쳐 막아낸 것처럼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에 범군민적으로 참여해 울주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이들은 각 회사 대표뿐만 아니라 직원 단위의 자발적 참여도 촉구하면서 회사당 10명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10월3일까지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울산시체육회, 국제라이온스협회 355-D(울산양산)지구, 울산시관광협회, 중소기업융합울산연합회, 국민운동단체(울산시새마을회, 바르게살기운동 울산시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울산시지부) 등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핵심 기술 인력은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은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부회장은 “영풍의 사업은 부진해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된 상황이 제대로 된 경영의 모습인가”라며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하고, 영풍 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으로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초우량기업”이라며 “고려아연의 모든 실적과 미래를 위한 비전과 미션은 현 경영진과 기술자들이 이룬 것으로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경영권 획득을 시도 중인 MBK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고려아연의 중국 매각 가능성을 일축했다.

MBK는 “일각에서는 우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사업들이 모두 중단될 것 같이 호도하고 있지만, 근거 없는 억측이며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장기간 투자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공개매수가 고려아연의 1대 주주(영풍)와의 협력하에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MBK는 “적대적 인수합병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최대주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상헌·정혜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