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첫 개인전 여는 ‘불화명장’ 이윤경 작가, “섬세한 선의 예술 고려불화에 혼신의 염원 담아”

2024-10-02     권지혜 기자
“불화(불교의 내용을 그린 종교화)는 선(線)의 작업입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을 잘 그리기 위해 수십년간 수천장을 그리며 연습했습니다.”

‘불화 명장’인 이윤경(64) 작가의 첫번째 개인전이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 1전시장에서 열린다.

이 작가의 수상작들과 인도풍의 소품 등 30여점과 전시를 함께 하게 된 스승인 조해종 작가, 김민서 작가, 지용 스님, 이순득 작가의 작품 등 총 4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1일 전시를 앞두고 양산에 있는 작업실에서 이윤경 작가를 만났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이 작가는 어린 시절 영암사에서 불화를 자주 접했다. 그 영향으로 사업을 하던 젊은 시절에도 꾸준히 동자(승려가 되려고 절에서 공부하면서 아직 출가하지 아니한 사내 아이) 그림을 그렸으며, 2010년에는 작가로는 다소 늦은 나이(50세)에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에서 불교 미술을 전공했다.

이 작가와 함께 작업실을 둘러보며 그동안 그린 불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불화의 첫 인상은 큰 사이즈에서 오는 압도감이었다. 이후 가는 선의 정교함과 섬세함에 또 한번 놀랐다.

이 작가가 주로 그리는 고려불화는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으로 이뤄져 작업이 어렵고 힘들어 흔히 보기 힘들다. 섬세한 작업을 요하기 때문에 항상 무릎을 꿇고 기어다니면서 작업해야한다. 불화 한 작품을 만들기까지 짧게는 한달에서 길게는 3개월(3명이 같이 작업)까지 소요된다. 이 작가는 “귀족불화인 고려불화는 비단에 그림을 그렸으며 조선불화는 대부분 모시에 그림을 그렸다. 고려불화는 여백의 미가 있는 반면 조선불화는 여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불화는 일반 물감이 아니라 돌 가루 물감인 석채를 활용하기 때문에 색감이 변하지 않고 오래 남는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울산에서 보기 힘든 고려불화인 ‘아미타삼존도’와 ‘수월관음도’를 꼽았다.

이 작가는 “불화를 비교적 늦게 그리기 시작했지만 수십년간 수천장을 연습하며 노력한 결과 남들보다 빨리 큰상을 많이 받았다”며 “불화를 그릴때는 부처의 마음으로 심신(마음과 몸)을 다해 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불화는 그리면 그릴수록 욕심이 나고 끝이 없더라”며 “다음생에는 관세음보살로 태어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윤경 작가는 천태종예술공모대전 불화 대상(2017), 통일문화재 불화 최우수상(2016) 등을 수상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