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만나는 문인화 산책]현대인이 잊고 살아온 정체성의 중요함을 일깨워준 해바라기

2024-10-08     차형석 기자
유난히 긴 여름이 지나간 가을 하늘은 더없이 맑고 푸르다. 푸른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떠돌고 산속 이름 모를 새는 쉼 없이 지저귀고 있다. 들판의 벼는 익어가고 참새들의 날갯짓은 힘차다.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일어나고 비가 내리고 흐릿한 하늘에는 먹빛 세계가 펼쳐진다. 우리의 마음에 흥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연이다. 해가 드는 곳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생긴다.

해바라기는 현대인이 잃어버리고 살아온 자신의 정체성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순환적 의미를 보여준다. 해바라기는 다년생이 아닌 한해살이 꽃으로 하나의 씨앗에서 싹이 자라 줄기와 가지, 잎이 형성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태양을 향해 움직이는 해바라기꽃은 머리꽃과 큰 머리 꽃을 감당하기 위한 튼튼한 줄기와 넓적하게 펼쳐진 큰 잎, 씨앗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바라기는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받기 위해 아침마다 동쪽으로 머리를 향한다. 그리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남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해바라기를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색은 노란색이다. 해바라기는 다양한 조형 시각을 넓혀주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예술가는 해바라기가 가지고 있는 조형의 추상적인 이미지와 그것의 자연 환경적 생명력 형태의 이미지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에 예술가들의 해바라기가 지니는 정형 형태와 시간을 통해 변화되는 흐름을 시각적 측면과 의식적 측면으로 나타내는 조형 표현 방법도 다양하다.

현대 작가들은 해바라기의 특징을 기초로 하여 추상의 개념으로 끌어와 조형적인 다양한 발상을 자연형태의 단순함으로 이미지를 확대해석하여 재구성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작가는 해바라기의 형태적 이해를 바탕으로 조형의 구성을 통해 생태의 울림을 재창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작가의 해석방식으로 이미지 전달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기쁨·영원한 행복·오랜 사랑·존경 등으로, 긍정적이고 밝은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숭배’라는 꽃말은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서 유래하며, 이는 곧 숭고한 사랑이나 숭고한 가치에 대한 헌신을 의미한다. 해바라기는 다양한 문화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대 아즈텍 문명에서는 해바라기를 ‘태양의 꽃’으로 여겼으며, 이를 신성하게 여겨 의식에 사용하거나 식량으로 활용했다. 오늘날에도 해바라기는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대표하는 꽃으로, 그림이나 사진·문학 작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바라기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이다. 그의 파리 시기(1885~1888) 고흐는 인상파 화가들과 만나면서 자신의 그림에 인상파 기법을 접목시키는 시기가 된다. 1887년 해바라기 두 송이를 그린 작품 3점과 ‘네 송이의 해바라기’가 그려진다. 아를 시기(1888~1889)에 고흐는 다시 해바라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고갱과 노란 집에 함께 살게 된다. 또한 ‘12송이의 해바라기’가 그려지고, 고흐는 왕성한 그림을 그리게 되지만, 고흐의 정신적 고통 또한 더 깊어지는 시기이다.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이 해바라기를 그리고 싶은 마음을 “단순한 해바라기를 그리고 있다”라고 썼다. 파스칼 보나푸는 ‘태양의 화가’에서 “오랫동안 빈센트가 남긴 열점의 해바라기에서 단순미를 발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했다.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가셰(Paul-Ferdinand Gachet, 1828~1909)는 반 고흐의 관 위에 해바라기 다발을 놓았고, 주디 선드는 ‘고흐’에서 “에밀 베르나르(Emile Bernard, 1868~1941)는 태양의 색깔을 닮은 해바라기의 노란색을 “고흐가 회화에서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도 꿈꿔 왔던 빛”이라고 말했다.

아즈텍인들은 해바라기를 다산·풍요·태양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태양신의 신성한 상징으로 숭배했다. 해바라기는 커다란 꽃잎과 밝은 노란색으로 긍정적이고 활기찬 이미지를 선사하며, 오랜 시간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특성으로 인해 희망과 긍정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해바라기는 열매가 제공하는 기름으로써의 역할까지를 살펴보면 해바라기는 일반적인 예쁘다·곱다·아름답다를 다 갖춘 것 같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온몸을 다 내어주는 그 자체의 숭고함이 마치 어머니와 닮았다.

글=김찬호 미술평론가·그림=이재영 문인화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