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청년인구 유출 막을 어린이복합문화공간

2024-10-11     경상일보

울산광역시 인구가 지난 7월 말 기준 1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의 인구감소 추세에 비춰 이미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막상 숫자로 표시되는 ‘109만0000명’을 실제로 보는 것은 충격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인구감소세가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인구 유출을 막아 감소 추세에 브레이크를 걸 방법은 없을까.

지방의 많은 지자체들이 인구 유출을 막으려 애쓰고는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청년인구의 이탈을 막는 일이 인구감소에 제동을 거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두드러진 특징은 청년인구 감소다.

지자체들의 인구정책 우선순위가 청년세대의 지역 이탈을 막는 데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청년이 울산에 애착을 갖고 정착해서 살 수 있게 하려면 그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자녀를 양육할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울산시도 출산·양육 가정의 부담을 덜고, 공공 보육 인프라 확충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을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대부분 경제적 부담 경감과 양육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정작 어린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는 소홀히 취급되는 면이 있다.

필자는 이와 관련해 울산 동구에서 오는 12월 문을 열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이 청년 이탈을 막을 유용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여겨 보고 있다. 동구 서부동 옛 현대서부유치원 자리에 들어설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은 지역에 변변한 어린이 놀이공간이 없는 상황을 바꿔보고자 추진됐다. 서부유치원 자리는 50년 전 현대중공업이 사원과 인근 주민들의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했지만 3년 전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빈 건물로 방치돼 있었다. 이후 동구가 소유권자인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기부채납 형식으로 넘겨받아 공공도서관과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동구는 이곳에 아동친화적 도서관을 비롯해 체험 및 전시 공간, 놀이형 학습공간 등을 갖춰 아이들의 문화생활 및 교육과 돌봄이 이뤄지는 장소로 운영할 계획이다. 어린이가 편히 찾아와서 공부와 놀이를 하고, 부모는 검증된 프로그램에 아이를 안심하고 맡기거나 같이 참여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역할, 프로그램 등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계획이 실행된다면 아주 유용한 어린이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복합문화공간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인근 부산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부산에서는 ‘어린이복합문화공간 조성 기본계획’에 따라 운영 중이거나 설립을 준비하는 곳이 92곳이다. 부산시는 어린이도서관을 비롯해 실감형 체험공간, 미디어아트 전시관 등을 갖추고 교육과 놀이, 상담과 체험 등이 이뤄지는 이런 공간을 2026년까지는 200곳으로 늘려 어디서 살든 집과 15분 거리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구유출 문제는 한두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청년인구의 정착이 어느 곳보다 중요한 산업도시라는 특성을 가진 울산에서 젊은 세대의 지속적 유출은 더 방치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인접한 광역시인 울산과 부산은 늘 도시민 삶의 질이 비교된다. 청년인구 유출방지 문제에서도 발빠르게 대처하는 부산의 움직임에 울산이 뒤처진 감이 있다.

민선 제8기 김두겸 울산시정부도 인구유출 방지를 위해 청년희망주택, 실버타운 조성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울산형 돌봄체계를 강화해 자녀 양육에 편리한 인프라를 더 많이 구축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유출을 막을 좋은 전략임은 물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보통합 시대에 보육과 교육의 일원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유아 학교 운영과정에서 생겨날 유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시설 등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울산시와 시의회, 교육청 그리고 구·군이 적극적인 정책과 과감한 지원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울산을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모으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홍유준 울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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