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울산 경제의 생존위협이다
울산의 향토기업 고려아연이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사모펀드 연합이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운명처럼 마주할 ‘적대적 M&A’로부터의 위협이다.
MBK·영풍 연합은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 이상을 확보하며, 경영권 확보를 위한 1차 방어선을 돌파했다. ‘고려아연 지키기 운동’에 나선 울산지역 시민사회의노력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M&A’ 위협에서 향토기업을 구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MBK·영풍 연합은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34%를 확보해 고려아연 지분을 38.47%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주식의 10%를 사들여 소각하더라도 MBK 연합(42.74%)이 최 회장 측(40.27%)을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 되면 국민연금이 경영권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지분은 8.7%로 추정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운명은 MBK 연합이 조만간 소집할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MBK 연합이 임시 주총에서 이사진 13명 가운데 7명 이상을 새롭게 선임하면 경영권 장악할 수 있다. 다만 상법상 이사회 해임은 특별 결의 사안이어서 최 회장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흑기사 확보 등을 통한 강력한 반격을 시사했다. MBK파트너스 경영 시 이에 반대하는 핵심기술진의 해외 경쟁사 이동으로 핵심 원자재 공급망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는 머니게임이 아닌 ‘산업계의 생존’이자 ‘실존’의 문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산업부는 현재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국가핵심 기술 지정 여부는 사후약방문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 해외 매각 시도시 정부 승인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재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고려아연의 시간이고, 정부와 울산시민의 시간이다. 고려아연이 향토기업으로서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