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트럼프의 미국과 오바마의 미국

2024-10-21     경상일보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요동치고 있다. 진보와 보수, 유색인종과 백인, 여성과 남성, 청·중년 대 장·노년 등 2개의 미국으로 그 진영이 나눠지는 모습이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표 주자이다. 민주당의 얼굴은 44대 대통령(2009~2017)이었던 ‘오바마’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을 비교하며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라 미국을 보고자 한다.

정치지도자를 평가할 때 그가 지향하는 것과 그의 말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그가 미국을 운전해 가고자 하는 진로는 아주 분명하다. 강한 미국으로 돌아가며 미국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동반검색어로 ‘crazy’가 많은 것을 보면 그가 국민들에 어떻게 각인이 된 정치인인지 드러난다. 이민자들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제조업을 홀대한다며 민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이 공격은 미국 백인 중산층에게 먹히고 있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집안의 금수저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돈을 벌어온 자식만 식탁에 앉게 할 정도로 혹독하게 훈련했다. 장자인 형은 견디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다 알코올 의존증에 빠져 피폐해졌다. 트럼프는 아버지의 성(城)을 물려받아 더욱 키워나가 부동산 금융재벌이 되었다. 정보력, 이익을 내다보는 통찰력, 배짱과 추진력 등 그의 능력이 대단하였기에 상위 1%의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미국을 이끌며 자신의 통치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최고 가치는 이익과 승리이다. ‘이타적인 태도는 개나 줘버리라’라며, 루저들은 놔두고 위너가 될 사람들만 같이 전진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 반은 다시 그를 원하고 있다.

오바마는 3세 경, 부모의 이혼으로 케냐 유학생이던 아버지가 아프리카로 돌아간 후 다시 그를 볼 수 없었다. 아들을 돌보지 않은 냉정한 아버지였기에 편모 슬하에서 성장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좋은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갑자기 시민운동을 돕는 변호사 일을 시작한다. 아버지의 부재로 성장한 아들로서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도운 것은 어머니였다. 이혼 후에도 케냐의 독재 하에서 경제학자, 시민운동가로 살아가며 좌절하는 전(前) 남편에게 그녀는 계속 편지로 격려하며 이들 이야기를 전했다. 성장하는 오바마에게도 아버지의 훌륭한 점을 말해주며 아들의 마음에 분노와 버려진 느낌이 자라지 않게 했다. 오바마는 성인이 되어 아버지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화해했다. 흑인으로서 아시아와 하와이에서 자라며 다문화적 소양을 가지게 된 그는 정체성 문제로 고민했다. 결국, 시민운동가로서 어두운 곳을 비추는 사회 개혁자로서 삶을 택했다. 9·11테러와 금융위기로 비관적이던 미국에 선(善)한 미국으로 나아가자고 희망과 통합을 역설하였던 오바마였다.

정신과 의사로서 오바마와 트럼프로 대표되는 두 유형에 대한 심리분석은 그 차이가 명확하다. 오바마 유형은 전진과 성취에 앞서 자신과 주위를 되돌아보자는 태도이다. 그는 아버지와의 갈등 및 자신의 술과 대마초 등의 잘못을 고백했다. 인간의 선한 측면을 믿고 같이 가자고 하는 리더이다. 미국인 스스로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와 잘못들, 분노까지 돌아보며 반성하고 연대하자고 했다.

트럼프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부형 리더이다. 위축되기 싫어 허풍과 독선까지 사용하며 이기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의 시대가 되면 그처럼 자신의 티를 보지 않고 타인의 터럭을 향해 네가 문제라고 손가락질하며 인종차별, 계층갈등이 더 커질 것 같다. 외교에서는 하나를 주면 더 가져가려 하는 강대국, 승자독식의 미국으로 또 만들 것이다. 미국은 돈과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문화와, 공감하고 통합해 같이 가려는 문화 중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세계에서 최고로 막강한 나라, 우리에게 영향력이 가장 큰 이 나라가 주는 나비효과를 우리는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궁리하며 태평양 너머를 주시해야 할 것 같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