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산업 발 내디딘 울산, 멀지만 가야할 길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교육부 주관 ‘2024년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대학이 산업 수요에 기반한 학사 인재를 양성하도록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 체계 구축, 실험·실습 기반 시설 조성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4년간 국비 140억 원을 지원받아 반도체 분야 학사부터 박사까지 고등교육 전주기 인력양성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반도체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UNIST의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 사업 선정은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산업의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울산에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울산은 이차전지와 수소, 반도체 등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UNIST는 울산시와 함께 ‘반도체 특성화 융합전공’을 신설해 미래 반도체 산업을 이끌 실무형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체와 유기적 네트워크 형성 및 연구개발(R&D)을 통해 산업 현장 내 즉시 투입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시는 그동안 ‘반도체 나노 인프라 고도화 지원 사업’,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 지원 사업’, 3D 프린팅 기반 반도체 패키징 원천기술 연구를 위한 ‘국가 반도체 연구실 지원 핵심기술 개발 사업’ 등 반도체 산업 기반 확보에 주력해 왔다. 특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전력 수요가 많은 반도체 기업 유치 등 전략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을 모색 중이다.
‘4차 산업혁명 불모지’ 울산에 반도체 산업의 싹이 움트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소재와 부품 관련 반도체 관련 기업이 없다는 게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핵심 선도기업 없이는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지역 대학이 배출한 반도체 우수 인재 대부분 타지로 유출될 가능성이 더 큰 게 작금의 현실이다.
울산산업의 현실에선 반도체 전문 인력 육성은 양날의 칼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학·연·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울산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부는 아니라도, 미래 산업 대열에서 낙오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정부와 울산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