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슷비슷한 지자체 국감, 이대로는 안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이 21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국감에서는 전시성 사업, 망양골프장 허가, 부유식 해상풍력, 반구대 암각화 등이 현안으로 다뤄졌다. 다행히 다른 국감장에서 핫 이슈로 떠올랐던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문제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국감이 본질을 떠나 정치 이슈로 옮아가면 정책 평가나 대안 제시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정책을 흩뜨려 놓는 결과를 발생시키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날 국감은 큰 이슈가 없는 무난한 국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감이 무난하게 끝났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국회의원들의 감사가 날카롭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울산의 속 깊은 문제점들을 제대로 끄집어내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는 어떻게 해석하면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이 제한돼 있고, 이로 인해 국감이 겉돌아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의도적으로 흠집을 잡으려는 질문을 던져 국감의 진정성을 반감시켰다.
그럼에도 이날 국감 질문 중에는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경기용인갑) 의원은 “울산은 산업화로 인한 소외된 사람, 산업화로 인한 그늘도 심한 것 같다. 산업화 과정에서 약자 배려와 교육문화예술부분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조승환 (부산영도중구) 의원은 “부유식 해상풍력 등 전기사업과 관련해 중앙정부 권한이 크다보니 지방 정부차원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으며, 김두겸 시장은 이에 대해 “중앙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경기고양시갑) 의원은 “2009년 기준으로 암각화 가치가 4900억원에 달한다”라며 “물 문제로 인한 울산시의 고충을 잘 알고 있지만 김 시장께서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구로구을) 의원은 시가 내부적으로 추진을 검토했거나 김 시장이 직접 브리핑했던 사업들을 제시하면서, 충분한 공론화와 이해 관계자 동의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부분 광역지자체 국감은 통과성 의례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타지 출신의 의원들이 그 지자체의 정책과 방향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좌관들이 질문을 준비하지만 의원들은 일정이 너무 빠듯해 깊이 있는 질의는 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이처럼 광역지자체에 대한 국감이 겉돌자 국감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자체 국감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