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작가들 편견 넘어 예술의 꿈 펼친다

2024-10-23     권지혜 기자
깊어가는 가을 편견을 딛고 세상을 밝히는 발달장애 작가들의 동화 같은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현대예술관이 23일부터 11월17일까지 미술관에서 우수작가 초대전 ‘눈부신 우리들의 날들’을 개최한다.

울산동구장애인복지관과 현대예술관이 주최·주관하고 HD현대1%나눔재단이 후원한다. HD현대1%나눔재단은 개막식 때 7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전시에는 울산에서 활동하는 송종구 작가를 포함 박재영, 신현채, 윤진석, 정은혜, 조태성, 최원우, 한부열, 황성제 등 발달장애 작가 9인이 참여해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90여점을 선보인다.

9인의 발달장애 작가들은 동물, 기계, 사람 등을 주제로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독특한 해석으로 표현했다.

박재영, 윤진석, 최원우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그려냈다.

버스 번호와 노선을 외울 만큼 대중교통을 사랑하는 ‘박재영’ 작가는 추억과 기억을 버스에 실어 그림 같은 여행길에 나서며, 시계작가 ‘윤진석’은 각기 다른 시계에 감정과 기억을 담아 시간여행을 떠난다. 한번 본 장면은 정확히 재현해내는 ‘최원우’ 작가는 눈앞의 풍경을 마음으로 읽어내 일상을 넘어 이상 세계로 손짓한다.

송종구, 조태성 작가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작품에 녹여냈다.

고래 화가로 불리는 ‘송종구’ 작가는 고래, 북극곰, 점박이물범 등 멸종위기 바다 생물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그려내고, ‘조태성’ 작가는 동물원을 옮겨놓은 듯한 작품들로 조소, 웹툰, 영상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또 유쾌한 캐릭터 세계를 선보이는 ‘신현채’ 작가는 외로운 시간 속 자신만의 다양한 캐릭터로 세상과 소통하며, 로봇 그림을 그리는 ‘황성제’ 작가는 이름, 성격, 필살기 등을 로봇에 부여해 생명을 불어 넣는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장애인 인식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정은혜, 한부열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정은혜’ 작가는 2016년부터 약 4500여명의 얼굴과 포옹하는 인물들을 캔버스에 온기 가득하게 담아 사랑받고 있다.

‘국내 자폐 1호’ 라이브 드로잉 작가이자 발달장애인 최초 한국미술협회 정회원인 ‘한부열’ 작가는 오직 30㎝ 자로 무수한 선을 이어내는 등 모든 작품을 밑그림 없이 단번에 탄생시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예채영 현대예술관 큐레이터는 “지역과 예술계가 한 걸음 성장하는 소중한 희망의 장이 됐으면 한다”며 “예술이 가진 경계 없는 순수함과 한계 없는 무한함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209·7858.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