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리의 삶을 바꿀 공간, 울산종갓집도서관

2024-10-24     경상일보

역세권, 숲세권, 학세권까지. 요즘 ‘O세권’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 특정 공간과 시설이 있는지를 뜻하는 단어인데, 사람들이 생활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가지 단어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도세권’이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는 뜻인데, 이는 도서관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를 나타낸다.

책 속에 담긴 지혜는 수 세기를 관통한다. 이러한 책을 모아놓은 도서관은 오래전부터 지식과 지혜를 담은 보물 상자로 여겨져 왔다.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수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기록물 등을 보존하는 장소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하면 정숙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고 공부를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 도서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습의 공간을 넘어 다양한 재미가 가득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중구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현재 권역별도서관 9개와 동(洞) 행정복지센터도서관 5개, 가까운도서관 4개 등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 내 도서관을 하나로 아우를 거점 도서관, ‘울산종갓집도서관’이 문을 연다.

울산종갓집도서관은 이름부터 다소 독특하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으로 인해 중구 북정동에 자리하고 있던 중부도서관을 유곡동으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도서관에 새로운 이름과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깊이 고민했다. 그 결과 울산 전통과 역사의 중심지인 종갓집 중구의 지역적 특색을 담아내는 동시에 지역사회 지식과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울산종갓집도서관’이라는 새 이름을 지었다.

울산종갓집도서관은 이름 못지않게 구조 및 서비스 운영 등도 특별하다. 울산종갓집도서관은 연 면적 7,012㎡,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다양한 자료실, 강의실, 음악 감상실, 악기 연습실, 소모임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일단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확 트인 너른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굳이 각 자료실을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도서관 중앙의 열린마루에서는 다양한 신간 도서와 유명 도서 등을 편리하게 살펴볼 수 있는 등 각각의 공간 사이의 경계를 낮춘 점이 돋보인다. 칸칸이 이어지는 계단, 이른바 마주침 공간에서는 책도 보고 이웃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다. 지하 1층에서 1층으로 올라오는 재미마루 공간에서는 편하게 앉아 웹툰과 만화 등을 읽을 수 있다.

울산종갓집도서관에서는 독서뿐만 아니라 풍성한 문화생활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일단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다채로운 독서·생활문화강좌 24개가 진행된다. 이와 함께 이웃들과 여러 독후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독서회도 운영된다. 아직 시작 단계인 만큼 추후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강좌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음악감상실에는 다양한 장르의 LP 330여 장과 턴테이블 등이 갖춰져 있어 무료로 고음질 음악을 감상하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악기연습실에서는 소정의 이용료로 전자 드럼과 사일런트 피아노 등 소음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이 밖에도 24시간 예약 대출기, 감정 인식 도서 추천 무인 안내기, 책 읽어주는 인공지능 로봇 대여 서비스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한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도 운영된다.

이렇듯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만나는 공간을 넘어서 우리의 삶과 밀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고, 내재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교감하며 더 나은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는 주말에는 독서의 계절을 맞아 가족, 친구와 함께 울산종갓집도서관으로 나들이 가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삶을 바꾸는 특별한 경험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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