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무엇이 더 중헌디?

2024-10-24     경상일보

지난 10월1일,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선보인 무기들은 좀 달랐다. 육상에 올릴 수 없는 군함을 빼고는 중요한 무기들이 거의 등장했다. 블랙 이글스 편대가 묘기를 보인 그 위로 핵탄을 실은 스텔스기가 지나갔을 것이다. 시가전을 할 아파치 무장 헬기가 빌딩 사이로 고난도 비행을 하며 지나갔다. 크고 작은 무인기들이 보였고 적의 잠수함을 공격할 무인 잠수정과 각종 무인정들이 실려 갔다. K-2, K-9이 지나갔으며 축구장 3개 넓이의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천무를 보았다. 해병대의 상륙돌격장갑차도 지나갔다. 압권은 18개의 바퀴에 실린 현무-5였다. 육중하고 대단한 것들 틈에 들개 같이 작은 로봇이 가볍게 달리며 지나간다. 땀을 흘리지도 않았고 숨 가빠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군이 접근하는 드론을 레이저로 태워 없앨 거라는 레이저 총을 보고 싶다. 고강도의 전자파 펄스로 적의 전자기기를 망가뜨릴 강력한 EMP(Electromagnetic Pulse) 기기도 보고 싶다. 그러나 핵무기에는 핵무기라야 한다.

10월18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 군사 훈련장에서 촬영했다며 북한군 추정 영상을 올렸던 텔레그램 채널이 22일 추가 영상을 공개하였는데 같은 지역 러시아군 자동소총사단의 예하 부대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또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의 ‘러시아군이 최근 장악한 지역’에 나란히 보이는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 국기 사진이 있다. 사진 정도야 얼마든지 가짜로 만들 수 있으니 의심할 수 있겠지만 출처가 그쪽이란 점이다. 북한은 유엔에서 파병하지 않았다고 잡아떼고 있고 러시아도 부인하고는 있다.

국가정보원이 10월18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확인했다며 1차로 15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이 지난 5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300만 발을 공급했다고 밝힌 지 5개월여 만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10월8일부터 13일까지 특수부대를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했다. 이 1500명은 청진과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을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으며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약간의 석탄을 수출하는 것 외에 북한은 바다의 어장을 중국에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 무기 말고는 내다 팔게 없어 개성공단에서 인건비를 벌다가 여의치 않자 주로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에 여공들을 집단으로 파견해 합숙시키며 인건비를 벌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간식으로 주던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모아서 장마당에 내다 팔았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이 가정이 있는 젊은 엄마들인데 매일같이 15시간 이상을 일하며 혹사당했고 먹는 것조차 부실하여 인권문제가 되었다. 개성공단에서나 중국, 러시아의 회사에서 일하거나 간에 그들이 받는 인건비는 북한정권이 떼어가는 몫이 훨씬 더 많아서 착취다.

북한이 러시아와 6월19일에 조약을 체결했다.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 그 4조에 자동개입조항이 있다. 마치 NATO의 어느 회원국이 침략을 당하면 전체가 자동 개입하듯이 말이다. 이로써 북은 러시아에 파병을 할 수 있고 또 병력 수출로 피의 인건비를 벌어들일 수 있다. 그 대가로 러시아의 가스, 대륙간 탄도탄 추진 기술, 첨단기술을 들여올 것이다. 실전경험을 얻는 것은 덤이다.

정부는 강력하게 나섰다. 러시아 대사를 불러 파병을 철회하라, 강행하면 우크라이나에 포탄과 무기를 수출하거나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참 잘했다. 약해서 억울하게 당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 그래야 전후 복구에도 참여할 명분이 선다. 북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만들었지 않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북이 남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최악의 사정인 “만약에 공격을 하면?”에 대비해야 한다. 서해 교전이 있었고 연평도 포격이 있었다. 땅굴도 뚫었다. 간을 떠 본 것이다. 부분적으로 찔러보고 무르거나 뚫리는 곳이 있으면 본격적으로 들이밀 것이다. 이제 절대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우위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현무-5와 다연장 로켓, 천무로는 부족하다. 우리도 핵무기가 필요하고 핵잠이 필요하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나서라. 지금 민생과 안보 말고 무엇이 더 중헌디? 팽팽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약한 쪽으로 급속하게 기운다. 안정은 힘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천년의 역사를 보라. 당쟁하다 먹히지 않았나?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