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95)]사랑할수록 경계하라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의 역사책 <도올춘추(檮杌春秋)>에 ‘군주가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라고 했다. 한비자의 말에 따르면, 군주가 독살당하거나 목이 졸려 죽는 경우 범인은 대부분 군주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사실 역사를 보면 군주를 직접 시해했거나 시해에 관련된 사람 중에는 군주의 어머니나 군주의 부인이 많았다.
자식에게 죽임을 당한 군주도 적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유는 간명하다. 군주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기대를 낳고 기대는 욕망을 낳는다. 군주가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않거나 기대를 저버리면 군주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군주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군주의 사랑으로 인해서 지나친 욕망을 품게 되면 군주를 배신하게 된다. 군주가 아내나 자식을 지나치게 사랑하면 군주의 주변 사람들은 그 아내나 자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고 한다.
꼭 군주만의 일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배신은 가까운 사람이 하는 것이다. 무서운 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데에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배신할 수 있고 누구나 적이 될 수 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배신으로 인한 손실과 충격은 크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은 배신한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배신을 당한 사람에게 있다. 사람은 미워할수록 거리를 두고 방비하지만, 사랑할수록 경계를 무너뜨린다. 경계가 무너질수록 방비는 허술해지고 말과 행동은 조심성을 잃어버린다. 적은 그 틈새에서 만들어지고 배신은 그 속에서 자란다.
사람의 마음은 늘 한결같을 수가 없고 덩달아 사람의 관계 또한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변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손익이 개입되면 그 시기와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에 영향을 받고 이익을 따른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감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손익이 가까워서 민감하다. 사람의 관계란 그 상태로 영원하기란 쉽지 않다. 사람의 마음이 상황과 이익에 따라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사랑할수록 경계하라. 그것이 그 사랑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송철호 한국지역문화연구원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