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옥 시조시인의 시조 美學과 절제](41)태산이 높다하되 -양사언(1517~1584)

2024-10-25     경상일보

열 마디 교훈보다 시조 한수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창악집성>

 

‘티끌 모아 태산’ ‘갈수록 태산’‘걱정이 태산’이라든지 태산과 관련된 말이 많다. 태산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매우 친숙한 산이다.

태산은 중국 산동성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의 오악(五岳) 가운데 하나로, 예부터 진시황제 한무제 등 중국의 황제가 천하를 평정하고서는 직접 올라 하늘에 알리는 봉선의 의식을 거행한 장소였다.

어릴 때부터 위 시조를 욀 때마다 태산은 어떤 산일까를 생각하며 자랐다. 운 좋게도 시골 계집아이로 자라서 태산을 두 번씩이나 오를 기회가 있어, 그 태산을 올랐다.

7200개의 계단으로 4~6시간 걸려서 오르는 산이다. 정상에 서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만날 수 있다. 멀리 우리의 서해를 바라볼 수 있으며, 그들에겐 해 뜨는 동녘하늘을 우러르는 그런 산이라 더욱 신성한 산이다.

처음 올랐을 때는 태산의 정상의 큰 암벽덩어리 바위마다 쓰여진 붉은 큰 글씨에 취했다. 그러다 일행을 놓치고 헤매다가 한군데를 보니 정말 아찔한 급경사의 계단이 까마득히 아래로 펼쳐져 있었다. 그 계단이 바로 7200개의 계단이었다.

그 옛날 황제들은 케이블카도 없고 저 아찔한 계단도 없었을텐데 태산을 어떻게 올랐을까. 아마도 황제는 가마를 타고 올랐을테지, 가마꾼들이 여러 군데 배치되어 있어 황제는 아무 힘들이지 않고 1545m가 넘는 태산을 올랐을 것이다.

필자는 두 번째 태산을 올랐을 때도 역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지만 태산 정상의 글귀를 찾아보며 멀리 운무 드리운 망망대해를 내려다보는 심회는 남달랐다. 시골 작은 계집아이로 자라 태산을 오른 심회를 다독이며 질끔 흐른 눈물에 긴 숨을 토해냈다.

태산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양사언은 조선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다. 문장과 서예로 이름이 높다. 태산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하늘 아래 놓인 산이란 것이다

그는 시조 한 수로 열 마디 말이 필요 없는 교훈을 담았다. 시란, 시조란 이런 것이다.

한분옥 시조시인